기쁨? 슬픔? 아픔?…그녀가 흘리는 눈물은

 세계적 사진작가 앤 콜리어 개인전
 용산구 갤러리바톤에서 23일까지
 시대가 조장한 '여성의 눈물' 담아

앤 콜리어 'GB_AC_2021_Woman Crying (Comic) #33' /사진제공=갤러리바톤

거의 매 순간 여자들은 울고 있었다. 슬퍼도 울고, 기뻐도 눈물 흘렸으며, 분해서 통곡하기도 했다. 심지어 내적 견고함을 갖춘 수녀마저도 우는 모습의 감정적 캐릭터로 표현됐다. 미국의 사진작가 앤 콜리어(51)가 ‘눈물’을 소재로, 특히 눈물 흘리는 여성 이미지로 작업하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2010년 광주비엔날레와 2018년 대구사진비엔날레 등을 통해 소개됐던 콜리어의 개인전이 용산구 독서당로 갤러리바톤에서 23일까지 열린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단 한 방울의 눈물은 강렬하다. 거대하게 확대된 눈물은 선과 점의 반복으로 존재하고, 그 모호함은 추상적 화면을 만들어 낸다. 추상화라 생각할 지도 모르겠으나, 사진이다. 작가는 1950~80년대 만화책, 그러니까 미국의 빈티지 코믹북에서 이미지를 찾아내 작업한다. 왜 사진이고, 하필이면 만화책이었을까?



앤 콜리어 'GB_AC_2020_Tear (Comic) #9' /사진제공=갤러리바톤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작가는 사진 작업을 택한 이유에 대해 “아주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언급하며 “가족사진에 대한 애착이 컸고, 사진이 기억·우울·상실과 같은 감정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어머니가 남긴 낡은 음반의 커버 이미지, 잡지 화보와 포스터를 통해 여러 매체 속 이미지를 파고들게 됐다.


“과거의 이미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울고 있는 이미지가 상당히 많다는 점에 매우 놀랐습니다. 그 이미지들에서 우울감 같은 정서적 신호를 읽을 수 있었고, 여성의 감정적 측면을 강조해서 표현하는 시대 속 문화 현상을 발견했어요. 그 현상을 작업에 담기 위해 1970년대 로맨스 코믹북을 택했습니다. 대다수 여성들이 우는 모습으로 묘사된 코믹북을 살펴보면서, 여성을 표현하는 방식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앤 콜리어 'GB_AC_2021_Photographer' /사진제공=갤러리바톤

콜리어는 만화책 속 눈물, 혹은 우는 여성의 이미지를 아날로그 대형 뷰잉 카메라로 촬영해 직접 현상한다. 작가의 의도를 알고 다시 ‘눈물’을 본다면 눈물 흘리는 자의 본심과는 전혀 상관없는 ‘악어의 눈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과연 그녀는 진짜 울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감정적이고 연약한 여성 이미지가 필요했던 누군가가 일부러 눈물 흘리게 만든 것은 아닐까. 확대해서 촬영했기에 만화책 원본의 망점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초기작을 떠올리게 한다. 콜리어는 리처드 해밀턴이나 스터드반트가 리히텐슈타인의 도상을 차용했던 것처럼 ‘의도적으로’ 그 점을 드러냈다.


“사진은 시대 속에서 변화의 흐름을 기록하는 매체입니다. 광고나 영화 속에는 그 시기를 대변하는 여성의 이미지가 드러나니, 사진은 그 시대 문화의 초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믹북에서 ‘눈물’로 형상화되는 우울감이 다른 맥락 속에서 어떠한 이미지로 살아갈 수 있는지 실험하고 구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앤 콜리어의 개인전이 한창인 갤러리바톤 전경.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