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나 가스 소비를 스스로 관리해야 ‘냉난방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지요. 아파트 입주민이나 주택 거주자들이 에너지 사용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에너지관리 플랫폼 스타트업 케빈랩의 김경학(47·사진) 대표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기·가스·온수 등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실시간 조회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케빈랩이 개발한 가정 에너지관리 서비스(EMS) ‘퍼스트홈’은 에너지 비서 역할을 한다. 세대별 계량·검침기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올리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민들에게 사용량이나 누진제 알림 등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를 알려준다. 앱으로 미세 먼지 정보나 주민 투표, 음성 안내 등도 받을 수 있다. 아파트 관리 사무소처럼 관리자에게도 검침 데이터와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김 대표는 “에너지는 눈에 보이지 않고 요금 고지서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와 체감이 어렵다”며 “요금 폭탄에 불안해하지 않도록 사전 예지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가령 전기를 많이 쓰는 세대의 사용량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O일 내 누진 3단계 구간에 진입한다’고 경고를 보내주는 식이다. 요일별 사용량 추이 등을 분석해 사용자 행동 패턴의 변화도 유도한다.
그는 “지난해 에너지관리 플랫폼을 도입한 세종시의 한 공동주택(55세대) 에너지 사용량이 이전보다 평균 17%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통 아파트 관리비의 절반이 에너지 비용임을 감안하면 정보를 가시화하는 도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필요한 원격 검침(AMI) 통신 장비도 개발했다. 보통 신축에 있고 오래된 주택에는 없는 원격 검침 통신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자체 개발한 자가망 무선통신(LPWA) 단말기·센서를 밀집도 높은 아파트 등에 깔면 와이파이를 쓰지 않고도 상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출시 이후 퍼스트홈을 쓰는 아파트·단독주택 등 주거용 건물은 630곳으로 총 1만 3,500세대에 달한다. 그는 “주로 전력 데이터만 다루는 스마트 미터기 관련 업체들은 많지만 전기·가스·온수 등을 아우르고 검침부터 고지서 관리까지 전 단계를 서비스하는 곳은 케빈랩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경기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1990년대 말 대학생 때 온라인 게임 회사를 세워 2002년 대만 회사에 매각하는 등 일찍이 성공을 맛본 청년 창업가 출신이다. 이후 이지스효성에서 14년간 전자고지 업무를 담당하며 에너지관리 시장에 눈뜬 후 2017년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그는 “퇴사 당시 거주지였던 수원의 5,000여 세대 대단지에서 세대 3분의 1 이상의 난방비가 0원이 나올 정도로 에너지관리는 전근대적”이라며 “상당수 아파트가 여전히 검침을 수기 관리하는 상황에서 ‘0원 난방비’ 같은 사회적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에 서비스 아파트를 1,000개 단지, 70만 세대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내년 초 말레이시아 법인 설립 등 동남아 시장 진출 계획도 세웠다. 그는 “기술 융합 시대에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에너지관리 시장에서 서비스 고도화를 이룰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가정 에너지 데이터를 중개·관리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