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공시생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었던 주요 경제 부처가 최근 들어 신입 사무관들의 기피 부서로 전락하고 있다. 타 부처에 비해 과도한 업무량에 더해 청와대와 여당의 상명하달식 정책 결정까지 겹치면서 자부심은 사라지고 자조만 남았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19일 관가에 따르면 최근 저연차 사무관들 사이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의 앞 글자를 따 일명 ‘중국산고기’로 불리며 기피 부처로 통한다. 이들 부처는 과거만 해도 국가 경제정책과 현안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부처 특성상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릴 뿐 아니라 청와대와 여당 지시에 따른 맞춤형 업무가 이들의 자조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재부의 경우 재난지원금·추가경정예산 등 굵직한 사안에서 ‘패싱’ 논란이 나올 정도로 주요 정책 결정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과거 ‘고시 수석’을 비롯한 엘리트 관료들이 선호했던 기재부의 경우 이제 신임 사무관들의 선호도가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에도 밀리고 있다. 국토부는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로 민원 전화와 시위에 시달리며 바람 잘 날이 없는 모습이다.
최근 기재부 내에서는 국제금융국·국고국·공공정책국을 묶어 ‘ㄱㄱㄱ’이라고 부르며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과거만 해도 주요 예산·세제·정책 업무에서 비켜나 있어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외압이 적어 관료의 재량이 보다 크다는 면에서 선호도가 상승하는 분위기다. 또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 부담도 한몫했다.
현재 ‘2030’인 MZ세대의 공직 헌신성이 과거보다 떨어져 격무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경제가 주요 경제 부처 과장급 이상 관료 8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5.7%가 MZ세대의 공직 헌신성이 과거보다 떨어진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