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회사 운영하다 시니어 플래너로 창직…“행복한 인생2막 설계해주는 게 일”

[라이프점프×이정원의 창직 탐구_7편] 조연미 시니어 플래너
50+세대를 위한 맞춤형 정보제공으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 추구
시니어를 위한 정책, 비즈니스 생태계, SNS플래너 등 활동 영역의 확대

긱 경제시대, 이제는 중장년 재능을 활용한 창직이 떠오르고 있다. 창직은 그동안 쌓아온 경력, 지식, 노하우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세상에 맞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활동이다. 중장년이 오랫동안 켜켜이 쌓아온 재능은 국가의 기술 자산이자 콘텐츠의 보고와 다름없다. 하지만 인생이모작에 접어들면서, 이러한 고귀한 재능은 쓸모없이 사장되거나 잊혀져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생애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 재능을 살려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중장년이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직사례자를 통해 인생2막을 직접 설계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는 통찰의 기회를 가져보자.



이미지=최정문

조연미 씨는 온라인게임 회사의 대표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에 게임을 서비스 하면서 앞으로 온라인 사업이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와 함께 눈앞에 다가온 100세 시대에 열릴 시장에 특히 관심을 두게 됐다. 온라인 사업과 100세 시대에서 인생 2막의 기회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운영하던 게임회사를 매각하고 시니어 관련 분야의 사업을 준비했다.


조 씨는 시장을 분석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고령사회를 대비해 시니어 대상 포털사이트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하지만 20대의 개발자들은 난색을 표했고, 시니어 포털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하던 그는 소통의 벽에 부딪히게 됐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조 씨는 100세 시대에 대한 자료 조사를 시작하며 해외로 눈을 돌렸다. 선진국에는 이미 노년의 삶과 관련한 정보와 사례가 넘쳐났고, 이를 분석하며 사업 방향을 잡아나갔다. 50+세대가 인생 2막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사업 모델로 잡았다. 이로써 ‘시니어 플래너’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시니어 플래너는 인생 2막의 일과 삶을 체계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상담, 코칭, 교육, 일자리 연계까지 진행하는 시니어 활동 전문가를 말한다. 인생 2막과 관련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SNS를 통해 50+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사진=이정원

◆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100세 시대 준비 여전히 미흡


조연미 씨는 시니어 플래너의 첫 활동으로 온라인 카페를 통해 그동안 조사하고 모아뒀던 ‘희망 정보’를 공유했다.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기존의 인식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카페에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니어 관련 정보를 담은 온라인 뉴스레터 ‘시니어통’을 발행했고, 일본의 시니어 비즈니스 성공 사례를 책으로 출간했다. 시니어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사업가들을 대상으로 ‘리봄의 프로포즈’ 세미나를 기획, 운영하면서, 사업가는 물론, 관련 단체, 정부 관계자, 오피니언리더 등과의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100세 시대’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식 전환에 대한 확산에 나서자 공무원의 퇴직 준비교육을 비롯해 대학, 기업 등 다양한 곳에서 전국적으로 강연 요청이 왔다. 2010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당시 중소기업청)에서 퇴직자들의 창업 실패를 막기 위한 창업 정책이 시행됐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그가 사업을 맡아, 대학, 육군본부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니어 플래너’과정을 기획했다. 지금은 지자체 일자리 활동인 ‘광진 50+플래너’ 모델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플래너는 인생 2막의 삶을 스마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시니어정책플래너’, 인생2막을 보람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하는 ‘시니어비즈니스플래너’, 온라인 속으로 안내하는 강사, 온라인 마케터 등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니어SNS플래너’, 인생2막의 생활 속 건강을 관리하는 ‘시니어건강플래너’, 웰다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시니어웰다잉플래너’로 그 활동 영역을 전문화,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이정원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 2막의 준비를 위해 시니어 플래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부에서도 눈앞에 다가온 100세 시대를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나 공공기관 또한 통합적 시각을 가진 전문가가 많지 않고 정책의 지속성이 약하다는 어려움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은 곧 기회일 수 있다. 정부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는 민간의 참여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근래에는 지자체에서도 시니어와 인생 2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역의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제공 및 인생 2막 설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광진구에서 시니어 플래너가 진행한 ‘50+플래너’는 지역 시니어들에게 필요한 ‘스마트폰 교육’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홍보활동을 진행하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노인성 질환만 극복하면 머지않아 100세를 넘어 110세 시대까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보험사에서는 11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나올 정도이다. 이러한 노인 인구의 증가는 이제 청년, 장년, 노년 모두 일과 삶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하는 시대를 맞이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만큼 인생 2막의 행복한 진로 설계와 함께 일과 삶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시니어 플래너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 100명 중 16명은 노인이다. 노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늘어 총 인구의 20%가 노인인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는 출산율이 낮아진 이유도 있지만, 기대수명과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지구촌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조연미씨는 바로 이러한 시대변화를 읽고 적극적으로 준비함으로써 시니어를 위한 새로운 창직 모델을 만들어냈다. 누구보다 먼저 국내 시니어 시장의 흐름과 변화를 인식하고 실천에 나선 결과이다. 이처럼 창직은 시대변화를 통찰하고 한 걸음 빠르게 준비하는 데서 시작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