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신사다운 클래식…세계관 초석 단단하게

[리뷰]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2021년 12월 22일 개봉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 /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킹스맨' 시리즈의 프리퀄(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인 영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100년에 걸친 거대한 세계관을 완성했다. 킹스맨 조직이 왜 자발적으로 뭉쳐 평화를 수호하는지, 영국에서 시작된 조직이 어떻게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펼치게 됐는지 당위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임무도 포함됐다. 여기에 같은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현시대를 향한 메시지까지 담은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감독 매튜 본)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에 맞서,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최초의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기원을 그린 작품이다. 무의미한 전쟁을 겪은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은 다시는 살생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평화주의를 수호하는 인물이다. 그의 아들 콘래드(해리스 딕킨슨) 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를 위하는 길이 입대라고 생각한다. 콘래드의 뜻을 꺾지 못한 옥스포드 공작은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온 비밀 조직을 공개한다.


옥스포드 공작이 상대하는 건 비밀 조직 플록. 플록은 유럽 각국의 비선 실세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제 입맛대로 황제와 정치를 주물렀다. 1차 세계대전 역시 이들의 계획에 의해 발발한 상황. 나아가 플록 수장은 모국의 복수를 위해 영국을 몰락시키려는 야망을 드러내고 옥스포드 공작은 플록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조직을 움직인다.




작품은 영국 최초의 독립 정보기관은 왜 탄생했는가의 질문에서 시작된다. 킹스맨이 어떤 신념을 가진 조직이기에 100년 동안 유지되고, 사람들을 설득했는지 당위성을 부여해야 되는 막중한 임무도 함께다. 이를 위해 작품은 1차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역사를 배경으로 영국 조지 5세, 독일 빌헬름 2세, 러시아 니콜라이 2세, 라스푸틴 등 실존 인물까지 대거 등장시켰다.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유명한 역사 속에 킹스맨의 기원을 녹여 공감과 정당성을 동시에 잡은 것. 킹스맨을 만든 옥스포드 공작은 평화주의를 상징하는 인물인 만큼, 킹스맨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이라는 정체성이 부여된다. 또 1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광경을 통해 반전(反戰)의 뜻도 전한다. 역사는 되풀이되듯이 100년 전 과거도 충분히 돌아올 수 있다. 역사를 배우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경계해야 된다는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다.


작품 속 거대한 사건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전한다. 조지 5세, 빌헬름 2세, 니콜라이 2세 등 사촌인 세 명의 황제의 사소한 집안 다툼에서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됐고 1000만 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됐다. 전쟁 중 젊은 병사들의 목숨은 허무하게 끝이 나고, 공을 세운 이도 작은 오해로 처참한 결말을 맞기도 한다. 작품은 아주 사소하다고 생각한 것일지라도 모이면 거대한 바다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 한 사람의 무능력함으로 나라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보여주면서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영국스럽다. 자조적이고 B급 블랙 코미디가 판을 치면서 신사답다. 영국에 치욕스러운 역사를 가볍게 꺼내 자조적인 톤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무의미한 전쟁으로 평가된 수단 전쟁, 독일과 전쟁했을 때 최전방에서 병사들을 무작정 전진시켜 총알받이로 만들어 후대에 비판받은 일 등 영국 역사상 오점으로 남은 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를 무겁게 그리지 않고 블랙 코미디로 넘기는 점도 영국의 느낌이다.




'킹스맨' 시리즈를 재밌게 봤던 팬이라면, 프리퀄을 기대하는 게 당연하다. 프리퀄이 사랑받는 이유는 사건의 배경과 전사가 담겨 있고, 작품을 연결하는 '깨알'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킹스맨' 시리즈의 가장 유명한 대사인 "매너스 메이크 맨(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가 나오고, 킹스맨 코드네임인 아서, 멀린, 갤러해드 등의 탄생 비화도 밝혀진다. '킹스맨' 시리즈의 상징인 우산 액션 장면, 신발에 칼이 달린 무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프리퀄만의 차별점은 앞선 시대를 다뤄 시대극의 장점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20년 대의 낭만적인 배경, 화려한 의상, 소품 등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여기에 천으로 만든 비행기와 초기 낙하산 등이 등장해 색다른 미장센을 만들기도 한다. 당대를 주름잡은 비선 실세를 비롯해 곳곳에 배치된 유명 인사를 찾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과거 도구를 이용한 액션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차별점이다. '킹스맨' 시리즈의 액션은 풍부한 볼거리가 강점이다. 전 시리즈에서 총과 우산을 이용했던 게 과거로 무대를 옮겨 칼, 지팡이 등을 활용한 액션으로 바뀌었다. 아날로그 도구를 이용한 액션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라스푸틴의 화려한 러시안 무용 액션은 화룡정점이다. 댄스 스텝을 밟으면서 칼을 휘두르고, 화려한 스핀을 돌면서 칼을 피한다. 여태껏 본 적 없는 액션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해리포터' 시리즈, '007 스파이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에 출연한 랄프 파인즈의 연기는 잔뼈가 굵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따뜻한 모습부터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공작의 모습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신예 해리슨 딕킨슨은 열정적인 젊은이 콘래드 그 자체다. 신구 배우가 조화를 이룬 만큼, 이들의 부자 호흡이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줄 예정이다.







+요약




제목 :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The King's Man: First Agent)



장르 : 액션



각복 : 칼 가이듀섹



감독 : 매튜 본



출연 : 랄프 파인즈, 해리스 딕킨슨, 리스 이판, 젬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다니엘 브륄, 매튜 구드



제작 : 20세기 스튜디어



배급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30분



개봉 : 2021년 12월 22일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