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신제품 아이폰14 출시를 앞두고 관련 주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약 7년 만에 대대적인 하드웨어 진화가 예고된 만큼 주문이 큰 폭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는 글로벌 공급망 최상단에 있는 애플의 아이폰이 새로 나올 때마다 한국 부품업체 주가가 들썩였던 만큼 관련 주를 주목하라는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
20일 국내 증시에서 애플 관련 주들은 대체로 하락했다. 아이폰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1.15%, 1.23% 하락했고 기판과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공급 업체인 삼성전기(009150)도 2.79% 내렸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만드는 LG디스플레이(034220)와 카메라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은 각각 0.9%, 2.91% 약세를 보였다.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유럽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날 약해진 투자 맥박에도 불구하고 내년 아이폰 신제품 출시에 대한 기대감은 나날이 강해지는 모습이다. 애플이 아이폰14의 하드웨어 사양을 큰 폭으로 개선할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고사양 부품을 쓰게 되면 판매가격은 올라가고 경쟁사 진입을 차단할 수 있어 기존 공급사인 한국 업체의 실적 개선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LG이노텍은 이 같은 수혜를 누릴 대표적인 업체로 꼽힌다. 아이폰14 시리즈의 상위 기종에는 4,800만 픽셀(화소)의 카메라센서가 메인으로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발표된 아이폰13의 카메라(1,200만)보다 4배 많은 화소 수다. LG이노텍은 아이폰 13이 나온 지난 10월에도 출시 후 두 달간 주가 상승률이 46%에 달하며 신제품 효가를 톡톡히 봤다.
LG디스플레이의 투자 매력도 커지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14에 우수한 소비전력의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TFT OLED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LG디스플레이는 이와 관련해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애플향 합산 매출이 23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이폰 부품 공급을 통한 실적 개선 효과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돼 이번 아이폰 신제품 출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다”고 했다.
OLED에 필요한 경연성 인쇄회로기판(RF-PCB)을 생산하는 비에이치(090460)도 수혜주로 분류된다. 비에이치는 아이폰13 출시 이후로 두 달 만에 주가가 26% 넘게 올랐다. 하나금융투자는 올 4분기 비에이치의 영업이익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0% 증가한 448억 원으로 전망했다. 목표 주가는 2만 6,000원에서 3만 2,000원으로 23.1% 올려 잡았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고성능 센서를 지원하기 위해 신형 아이폰의 D램은 기존 6기가바이트(GB)에서 8GB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의 평균 메모리 탑재용량이 증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공급 단가도 높아져 이전보다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일본이나 중국 경쟁사들이 고사양 카메라모듈, 디스플레이 분야 개발 이력은 있지만 아직은 양산 능력을 검증받지 못해 오는 2023년에나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내년 9월 출시될 아이폰14의 고사양화는 기술력과 양산 경험을 동시 보유한 한국 업체의 수혜가 가장 큰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