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중대재해법 개정안, 패스트 트랙에 태워야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경영책임자 추상적 의무만 나열
사고땐 그냥 사장이 책임지란 것
시행 한달여 남기고 기업계 공포
2~3년 늦추고 법안 다듬을 필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내년 1월 27일)이 겨우 한 달 남짓 남았다. 지금 정부 행정 부처는 혼란스럽고 기업계는 극심한 공포에 빠져 있다. 장관들부터 기업 대표들까지 누가 이 법률의 첫 적용 사례가 될 것인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디데이를 기다리고 있다. 임종일 국토교통부 철도안전정책관은 “철도 현장에서는 철도 운영과 보수 중에 매년 사상자가 발생하는데 중대재해법을 원문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를 감당할 한국철도공사 사장이나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레일·철도공단 이사장은 물론 장관이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 이 법률에 따른 처벌 대상은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으로 정해져 있고(법 제1조), 경영책임자에는 중앙행정기관장·지방자치단체장·공공기관장을 포함한다(법 제2조 제9호).


장관들과 지자체장 및 공공기관장들은 ‘바람막이 조직’을 만든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직원 3명으로 전담 조직을 구성했고 국세청도 본청과 각 지방청에 대응 조직을 꾸렸다고 한다. 국토부와 관세청도 법 발효 이전에 조직 구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민간 기업도 하릴없이 분주하다. 오너는 숨고 바지사장을 내세우거나 각자대표이사제도를 만들어 ‘안전담당 대표이사’를 따로 임명한다. 작업장 곳곳에 CCTV를 설치해 근로자들을 밀착 감시하기로 한다. 사고의 원인이 근로자에게 있는지를 가리는 데 CCTV만 한 것이 없다. 대신 근로자의 ‘작업장 인권’ 따위는 내팽개쳐졌다.


바람막이 조직을 만든다고 책임을 피할 수 있다면 기업 경영자들도 아무 걱정 없겠다. 법률은 경영책임자의 추상적인 의무 규정만 나열해 놓았다. 사고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데 사고가 나면 그냥 사장이 처벌받으라는 식이다. 하청업체 근로자, 직영 9종 특고종사자까지 원청 경영자가 책임지라니 나가도 너무 나갔다.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한국 근무는 기피 대상인 창살 없는 감옥살이가 됐고 건설업은 해외 사업까지 모두 접어야 할 판이다. 안전 조치를 완비하거나 바람막이 조직을 만들면 면책된다는 따위의 규정은 하나도 없다. 재수 없으면 걸린다는, 점수로 치면 빵점짜리 법률이다.


현시점에서 유일한 해결책이 있다면 법의 시행을 유예하고 법안을 정밀하게 다듬어 경영책임자의 의무 내용을 명확하게 구분해 어떻게 하면 사업자나 경영책임자가 구속을 면하고 사업주의 구속으로 인한 기업 파탄을 면할 수 있는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죄형법정주의에도 맞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화려한 어록 중에는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날치기를 해줘야 한다” “(여당) 위원장이 방망이를 들고 있지 않느냐”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한꺼번에 많이 태워버리지”라는 것 등이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 공세 차단용이나 선심성 법안은 여당 단독으로라도 밀어붙이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다른 후보들이 강력히 질타했듯이 의회민주주의의 근간인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발상이다.


그런데 진짜 날치기, 패스트트랙에 태워야 할 법률이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에 시행일을 늦추는 개정안이 그것이다. 정밀한 재입법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시행일을 2~3년 늦추는 조문 한 개를 수정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위원장이 방망이를 들고 시행일 연기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버려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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