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집권 이후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해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씨의 선거 운동 중 등판 계획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없었다”고 알리고 영부인을 담당하는 “청와대 제2 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대학의 겸직 교수 등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경력을 부풀린 허위이력 논란 와중에 윤 후보가 대선 기간은 물론 집권 후에도 김 씨의 역할을 없애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또 조수진 공보단장과의 갈등으로 선대위의 모든 보직에서 사퇴한 이준석 대표를 향해서는 “불만이 있으면 얘기할 수 있지 않느냐”고 답답함을 표현했다.
“사건 물을 게 뻔한데 활동 하고 싶겠나”
靑 제2부속실 폐지 등 인원 30% 감축
윤 후보는 이날 공개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부인 김건희 씨는 언제 등판할 계획인가’라는 질의에 대해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 (등판)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 본인이 전시하고 본인 일하는 데서 공개적으로 나설 순 있지만, 남편이 정치하는데 따라다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고 덧붙였다. 또 ‘약자와의 동행’ 활동에 함께 하는 것도 썩 내켜 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추진되던 일정과는 결이 다른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부터 양금희 의원을 중심으로 소속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부인들과 함께 ‘배우자포럼’을 추진해왔다. 배우자 포럼이 김 씨의 선거 운동을 측면 지원하는 기구로 봤고 당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는 않았다.
윤 후보는 김 씨에 대해 ‘선거운동 기간에 아예 동행하지 않겠다는 건가’라는 질문에 “나도 모르겠다”면서도 “필요하면 나올 수도 있지만. 하지만 봉사활동을 한다면 그에 대한 소감이 아니라 (자신의) 사건을 물을 게 뻔한데 본인이 그걸 하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나아가 윤 후보는 대선 승리 후 집권해서도 부인 김 씨를 담당할 청와대 제2 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제2 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조직이다. 윤 후보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정수석 등 수석실을 없애 청와대 인원을 30% 정도 감축하겠다고도 했다.
부인이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수사’에 대해서는 “1년 6개월 동안 (검찰이) 반부패부를 동원해서 요만한 거라도 찾아내려고 하는데, 경찰 내사보고서가 언론으로 가고, 여당 의원이 고발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게 정상적인 나라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내) 본인은 자신 있다고 한다. (검찰이) 계속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건 수사를 빙자한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당 내홍에는 “대선 끝나면 없어질 조직인데…”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의원이 각각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보단장에서 사퇴한 당 내홍에 대해서도 입장을 드러냈다. 윤 후보는 ‘선대위 개편 같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후보와 당 대표 간 관계인데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지 않느냐”며 “(내가) 이 당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선대위를 장악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또 이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저게 저럴 일인가 싶다. 몇 달 지나고 (대선이 끝나고) 나면 없어질 조직인데 무슨 파워게임이 있을 수 있느냐”며 불편한 심경을 표현했다.
尹 “집권 시 인사, 민주당 출신도 가능"
한편 윤 후보는 코로나19 방역과 손실보상, 이를 위한 재정지출 구조조정 등을 위해 정부를 부처 간 빅데이터가 융합된 ‘디지털 원(One) 플랫폼’으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구제에 50조 원을 투입하기 위해 지출 구조조정을 하려 해도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화돼야만 어떻게 돈이 나가는지 확실하게 볼 수 있다”며 “피해 정도를 등급화하고 보상 액수를 배분하기 위해, 정치방역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방역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원 형태에 대해서는 “예산이 준비되는 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선지급 후 후(後)정산 형태는 아니다. 그는 “정산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 줬다가 가져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다”라며 “빨리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그 전에라도 러프한 기준을 만들어 예산이 준비되는 대로 지급해야 한다. 푼돈 자주 주는 건 도움도 안 되고 매표행위밖에 안 된다. 먼저 지원하려면 차라리 금융 지원이 낫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원희룡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은 “입증 자료 확인 전이라도 국세청과 지자체가 보유한 행정자료를 근거로 피해액의 절반을 먼저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윤 후보는 집권 시 장관 등 내각 인사에 대해서는 “(민주당 출신) 그런 것을 가릴 생각 없다”며 “자유민주주의 사고와 헌법 가치만 정확하게 받아들이면 (민주당 출신이라도) 상관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