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지난 5년 간 사실상 방치됐던 구글 지도가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대거 개편됐다. 이달 초 국내 지리 정보를 최신으로 반영하고 서비스 구현 방식(UI·UX)도 기존 비트맵(2D)에서 벡터맵(3D)으로 교체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구글 지도는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지리 정보가 업데이트되지 않은 탓에 어떤 지역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2018년 완공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가락 시영 1~2차 아파트로 표기됐고 2017년 개통한 우이신설선은 대중교통에 반영되지 않았다.
구글 지도가 어떻게 새로 바뀌었는지 궁금해 오랜만에 앱을 켜봤다. 해외에 나갈 일이 있지 않는 이상 좀처럼 열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긴 시간 묵혀뒀던 앱이었다.
가장 반가운 점은 구글 지도에서 제공하는 식당, 카페 등 각 지역 특색 정보였다. 구글 지도는 이용자들이 오랫동안 자발적으로 쌓아온 유용한 정보들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지역 가이드’라는 리뷰 제도를 통해 광고보다 진짜 정보의 농도가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역가이드는 구글에서 운영하는 리뷰어 커뮤니티로 성과에 따라 이용자들에게 포인트를 지급하고 레벨을 올려줌으로써 리뷰 작성에 열심히 참여할 유인을 제공한다. 특별한 금전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명예직에 가깝지만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된 구글 지도 특유의 문화다. 다른 리뷰를 베껴 쓴다거나 상업 광고, 부적절한 행동 등으로 신고를 받으면 포인트가 깎이고, 경우에 따라 지역 가이드 계정이 삭제될 수 있다.
또 구글 지도에서는 카페나 블로그 리뷰로 넘어가기 위해 새 창을 열 필요 없이 손가락으로 스크롤만 내리면 지도 안에서 사진 및 상세한 이용 후기를 풍성하게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맛집 찾기에 특화된 서비스다. 지금까지 ‘게으른’ 업데이트 탓에 이러한 값진 데이터베이스(DB)가 국내에선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이전보다는 활성화 될 길이 조금이나마 열린 것이다.
다만 지도 앱의 본질인 길안내라는 기능면에서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상태였다. 네이버, 카카오, 티맵 등 국내 지도 앱과 비교해 굳이 ‘길찾기’ 용도로 구글 지도를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이점을 찾지 못했다. 지리 정보와 별개로 아직까지 국내 자동차, 도보 길안내는 구글 지도에서 지원되지 않는다.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길안내는 되지만 정확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대중교통 이용은 결국 도보 이동과 연동될 수밖에 없는데, 도보 길안내가 제공되지 않으니 반쪽짜리 길안내인 셈이다.
예를 들어 마장동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 건물까지 간다고 찍으면 일단 5호선 마장역까지 걸어가야 한다. 다른 지도 앱은 매장 입구를 나서는 경로부터 시작해 횡단보도를 건너고 도로변 보도블록 길을 따라 쭉 가라고 안내한다. 반면 구글 지도는 카페에서 마장역까지 최단 직선 거리를 연결해 안내한다. 그대로 가면 건물들을 뚫고 지나야 할 뿐만 아니라 무단횡단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로이고, 설사 방향에 맞춰 적절한 길을 찾아 간다 해도 예상 시간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몇 년 만에 드디어 지리 정보를 업데이트 했다고 구글이 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길안내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이 구글 지도를 써야 할 효용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냥 ‘쓰는 사람만 쓰는’ 앱에 그칠 것이다. 더 적극적인 업데이트와 교통 정보 제공이 이뤄진다면 국내 지도앱 시장에서 지금보다 훨씬 경쟁력있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