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에 몰렸던 ‘외화(달러)보험’에 대해 금융 당국이 판매를 계속 허용하되 보험사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지고 불완전판매 예방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무분별한 판매에도 제동을 걸어 실수요 여부를 충실히 확인하고 고령자의 경우 가족 등 지정인에게 손실위험 등 중요사항을 함께 안내하라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외화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외화보험은 원화보험과 상품 구조가 기본적으로 같지만 보험료를 외화로 내고 보험금도 외화로 받는 게 다르다. 환율 변동에 따라 수령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보험금이 지급되는 20~30년 후 환율을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최근 환차익만 지나치게 부풀려져 팔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3,046억 원에 불과하던 외화보험 판매규모는 2018년 6,772억 원, 2019년 9,689억 원, 2,020년 1조 4,256억 원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덩달아 불완전판매 민원도 2018년 0.26%에서 2020년 0.38%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금융 당국은 소비자가 환위험을 명확히 인지하고 외화보험이 필요한 경우에 한해 가입할 수 있도록 판매절차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때 검토되던 가입 연령 제한이나 환차손 보장 등 초강력 규제는 빠졌다.
우선 손실가능성이 있는 외화보험은 투자상품에 준해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적용하게 된다. 적합성 원칙은 소비자의 재산상황, 금융상품 취득·처분 경험 등에 비춰 부적합한 금융상품 계약체결의 권유를 금지하며 적정성 원칙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구매하려는 금융상품이 소비자의 재산 등에 비춰 부적정할 때 이를 고지·확인하는 걸 말한다.
또 외화보험 설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소비자 보호가 충분히 고려되도록 보험사의 판매책임도 높인다. 향후 보험사 대표이사가 외화보험 판매 전에 설계사 교육자료 등을 충분히 점검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최소화하게끔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임원급으로 구성된 외화보험상품위원회를 설치하고 외화보험 판매여부, 판매채널 설정, 사후관리 등을 심의·결정하는 내용의 모범규준이 내년 1분기 제정될 예정이다. 고령자의 외화보험 계약 시 친족의 동석을 의무화한 일본의 사례를 본떠 고령자 지정인 알림 제도도 도입된다.
이 밖에 환위험 노출기간이 긴 외화종신보험은 모집수수료(계약체결비용) 한도를 합리적으로 손본다. 보험사가 외화보험 해지율 급증 등 유동성리스크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기준도 마련한다.
금융 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 시행령·규정 개정 등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