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여성 차별과 성희롱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여성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여성권익보호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공교롭게도 스포츠 스타 펑솨이의 ‘미투’가 알려진 뒤 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어서 관심이다.
22일 중국 매체 펑파이,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여성권익보호법(중국명 婦女權益保障法)’ 개정안을 제출받아 법안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중국이 여성권익보호법 개정 논의에 착수한 것은 거의 30년 만이다. 전인대 상무위에 제출된 여성권익보호법 개정안은 직장에서 젠더에 기반한 차별이나 성희롱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성적인 언급, 부적절한 신체 행동, 성적으로 분명한 이미지, 여성의 동의 없이 성관계 대가를 제안하는 행위 등을 성희롱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또 고용주가 여성의 결혼, 임신 등을 이유로 여성을 해고하거나 봉급을 삭감할 경우 관련법 위반으로 처벌받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고용주는 성희롱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난 1992년부터 시행 중인 현행 여성권익보호법은 성희롱을 금지한다는 조항은 있으나, 성희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의하지는 않고 있다. 때문에 실효성 논란이 계속 제기돼 왔다.
한국 등 주요 국가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전인대 상무위도 법 제정 및 개정 권한이 있다. 매년 겨우 1회씩 열리는 전인대 전체회의가 폐회 중일때는 상무위가 그 권한을 대신한다. 전인대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을 법제화하는 데 그쳐 ‘거수기’ ‘고무도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여성권익보호법 개정 논의 착수는 중국의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의 ‘성폭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중국의 젠더 불평등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평솨이는 지난달 2일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 올린 글을 통해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정치국 상무위원)의 강압에 의해 그와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