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지원금을 받고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한 차주 10명 중 4명이 다시 중고 경유차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고 혈세를 투입해 퇴출에 앞장섰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제도 정착을 위해 지원금 차등 지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수도권에서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로 지원금을 받은 8만 5,117명 중 다시 중고 경유차를 구매한 차주는 42.2%에 달했다. 지난해 중고 경유차 재구매율 33.9%에 비해 오히려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신차를 포함한 경유차 재구매율도 지난해 47.6%에서 50.1%로 늘었다. 지원금으로 구입한 2대 중 1대가 다시 경유차인 셈이다.
환경부는 경유차 구매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총중량 3.5톤 미만의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할 경우 최대 지원금인 600만 원의 70%를 지급하고 나머지 30%는 배출 가스 1~2등급의 친환경차나 휘발유·LPG차를 구매해야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경유차는 배출 가스 등급이 최대가 3등급인데 2009년 9월 이후 생산한 차량에 한한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악화되고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70% 보조금만 받고 경유차를 다시 구매하는 차주가 늘어난 것이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재구매 차종을 친환경차로 제한할 경우 노후 경유차 폐차 사업 자체가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 들어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신차 출고 자체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어 중고 경유차 재구매가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중고 경유차 재구매 차주 중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자영업자들이 많은 만큼 재구매 차종 제한은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정부의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정책을 ‘헛돈 쓰기’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고 대신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폐차 지원금에 더해 현 전기차 보조금의 150%를 지원하는 등 친환경차 육성을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회 역시 2022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환경부는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사업의 경유차 재구매 문제를 해소하고, 친환경차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구매에 따른 보조금을 축소하며 친환경차 공급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1일 최대 800만 원이었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액을 700만 원으로 줄이고 지원금 100%를 받을 수 있는 차량 가격도 6,000만 원에서 5,500만 원으로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