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일 내년 1분기 전기 요금을 동결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생활 안정 도모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빚은 한국전력이 떠안았다. 한전을 제외한 모든 국민이 행복해지는 마법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전기 요금 동결은 정치적 고려와 관련이 깊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을 이유로 전기료를 올려도 명분이 충분했다. 다만 전기료를 올리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들었다’는 비난이 불가피하다. 청와대는 탈원전 관련 비난에 상당히 예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분기 요금만 동결하면 그후 전기료 이슈는 차기 정부의 몫이다. 앞서 언급한 “현 정부 내에 탈원전 관련 전기 요금 인상은 없다”는 약속까지 지켰으니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하지만 전기료 동결은 국민 대부분에게 막심한 손해를 안겨준다. 한국전력은 정부가 지분 과반을 보유해 관련 손실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한국전력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최소 4조 3,845억 원 수준이다. 5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료비연동제 무력화가 계속될 경우 내년 손실 규모도 5조 원을 넘어설 것이다. 2년간 발생할 누적손실 10조 원을 보충하려면 국민 1인당 20만 원을 갹출해야 한다. 한전의 파산을 막기 위해 내일 당장 혈세를 투입한다 한들 이상할 게 없다.
전기료 동결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는 탄소 중립 기조와도 배치된다. 정부의 ‘묻지마 탈원전’ 덕에 급증한 신재생에너지발전은 ‘간헐성’으로 인해 안정적 전력 공급원이 되지 못한다. 결국 전력 사용량 조절 없는 단순 신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탄소 중립 달성이 힘들다. 반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전기 요금은 자연스레 전기 과소비로 이어진다. 전기료 동결이 실익도, 명분도 없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정부는 요금 인상을 통제하면서 부담을 줄여준다고 생색까지 낸다. 국민은 결국 더 큰 부담을 지게 되는데 이를 혜택으로 포장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오늘의 국민만 바라보는 청와대에 내일의 국민들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