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Jungle)은 자신의 보호와 욕구 충족을 위해 서로 빼앗고 죽이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인 ‘자연상태’를 표상한다. 국제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로버트 케이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신간 ‘밀림의 귀환’에서 국제사회를 정원에 비유하며,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잡초와 덩굴이 뒤덮은 밀림이 될 거라 지적한다. 그는 국제사회가 밀림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미국이 정원사 역할을 했으며, 월남전·이라크전 등 과오에도 그 덕분에 세계가 평화를 유지하고 민주주의가 확산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국제문제 개입 수위를 낮추는 고립주의 노선을 택하는 동안 국제사회가 밀림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럽·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중국의 도전이 거세지고 러시아가 발호하며 독일과 일본에 국가주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책은 미국의 국력이 줄어들고 개입주의, 자유주의 노선은 국내외에서 도전 받고 있지만 자유주의 질서를 지킬 역량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미국이 국제사회를 관리할 정원사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적어도 한국엔 미국이 선(善)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미국이 동아시아의 패권 경쟁을 억지하고 지역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놓아버리면 한국도 고통스러운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1만3,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