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K방역의 영광' 왜 사라져 가는가

■K-방역은 없다-이형기 외 15명 지음, 골든타임 펴냄


23일 현재 코로나19의 국내 누적 확진자는 59만명, 최근 하루 100명 꼴로 늘어나던 사망자 수는 누적 5,000명을 넘겼다. 도심에서는 한두 시간에 한번 이상 구급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난해 화려한 찬사를 들었던 ‘K방역’의 영광이 사라져가는 것인가.


코로나19 발생 초기의 방역지침은 비교적 온당했다. 동아대 의과대학의 권인호 부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비말로 전파되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 발생 초기에 의료계가 먼저 제안했다”고 하면서도 “이후 방역당국이 만들어낸 각종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몇 가지는 과학적 근거가 크게 부족하고 오히려 감염 위험을 올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지적한다.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 제한 조치’는 제한과 완화가 반복돼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만 초래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사적 모임의 인원수 제한은 ’밀집도 관리‘와 병행되지 않았기에 문제였다. 권 교수는 “4인 이하의 소그룹이 각종 음식점 안을 빼곡히 메우는 장면을 연출했다”면서 “시설 면적과 특성에 맞게 최대 수용인원을 조절하지 않은 채 한 그룹의 인원수만 제한하는 사적 모임 제한 조치는 비판을 받았다”고 짚었다. “대중교통의 밀집도는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운영시간과 규모를 감축해 밀집도를 올리는 조치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형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및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 외 15명이 함께 쓴 신간 ‘K-방역은 없다’의 부제는 ‘코로나 징비록’이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이 ‘과거를 반성하고 앞날에 대비하기 위해’ 전쟁의 원인과 피해, 실책을 세세히 적은 기록물이다. 이 책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 K방역의 성과와 실책을 기록함으로써 “미래에 유사한 역병이 창궐할 때 동일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이려” 기획됐다는 의도를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한 일지 형태의 국내외 통계수치와 요약정리를 시작으로 권 교수는 K방역의 부실한 의학적 근거가 한국의 응급의료를 무너뜨린 현실을, 이 교수는 백신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정부 정책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백신 도입이 늦어지면서 헌법의 기본권인 생명권이 어떻게 수호받지 못했는지, K방역이 얼마나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했으며 방역과 자유권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지는 전직 판사인 신평 변호사와 전직검사 임무영 변호사가 각각 분석했다.


‘K방역의 직격탄에 쓰러진 소상공인’ ‘학교에서 K방역은 성공했을까?’ 등의 주제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담았으며, 미국·일본·영국·스웨덴 등 각 나라의 대응방식도 살펴봤다.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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