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5년 만에 생산직 직원을 공개 채용하는 과정에서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높은 수준의 가산점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근속 근로자 자녀 우선 채용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실제 가산점이 적용된 만큼 업계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 7일부터 약 100명 규모의 생산직 공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서류 접수를 마무리하고 채용 예정 인원의 5배인 500여 명에게 서류 전형 합격을 통보한 상태다. 오는 27일부터 면접 등 종합 전형이 예정돼 있다.
이번 채용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생산직 충원이다. 기아는 ‘사내 하도급 특별 협의’에 따라 최근 4년간 사내 하도급 근로자 2,387명을 직접 고용했다. 5년 만에 채용의 문이 열리면서 이번 공채의 경쟁률은 500 대 1에 달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서류 전형 과정에서 장기근속 자녀에게 10점의 가산점이 부여됐다는 점이다. 5점의 가산점이 부여되는 보훈 대상, 사내 비정규직, 재직 중 질병 사망 조합원 자녀보다 두 배나 높다. 기아 생산직 채용의 서류 전형은 초·중·고 출결 30점, 행동 발달 20점, 성적 20점, 자기소개 10점, 자격증 10점, 전공 10점 등 총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진행됐다. 장기근속자의 자녀라면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하는 자격증 없이도 이 부문에서 만점을 받은 지원자를 앞서게 되는 셈이다.
기아의 단체협약상에는 자녀 우선 채용에 대한 조항이 있다. 하지만 최근 10년 내 해당 조항이 활용된 사례가 없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채용을 앞두고 기아 노조가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을 원칙으로 규정한 단협 제27조를 다시 꺼내들면서 가산점이 현실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