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국내 주식을 80조 원어치 사들이며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64조 원)을 갈아치울 정도로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거셌다. 하지만 투자 성적은 극히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깨졌던 ‘개미 필패’ 법칙이 다시 확인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높은 수익률로 활짝 웃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등락률은 -5.6%였다.
각 종목의 올해 첫날(1월 4일) 종가와 지난 23일 종가를 비교해 등락률을 산출했다. 개인의 등락률은 같은 기간 기관(45.0%)과 외국인(39.5%)이 장바구니에 담은 상위 10개 종목의 등락률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이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매우 저조했다는 의미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연초 대비 마이너스 등락률을 기록했다. 개인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3.7%)였다. 뒤이어 삼성전자우(-2.8%), 현대모비스(-10.6%), 카카오(-9.5%), LG전자(-3.52%), SK바이오팜(-36.5%), 한국전력(-20.6%) 등의 순으로 부진했다. 그나마 SK하이닉스(1.1%)와 현대차(0.7%), NAVER(29.0%)가 체면치레를 했다.
낙제점 성적표를 받아 든 개인에 비해 기관과 외국인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뛰어났다. 기관과 외국인이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 중 마이너스 수익률은 각각 2개, 3개로 나머지는 모두 플러스였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개미 투자자의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1~2월이다. 해당 시점은 고점으로 이후 시장에 들어온 후행적인 투자자가 많았던 게 개인투자자의 주식 성과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성적표가 저조한 것은 매수 시점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는 연초에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1월에만 전체 순매수 금액의 32%인 25조 원어치를 사들였다. 그 가운데서도 12조 원(우선주 포함)을 삼성전자에 대거 투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1월 11일 9만 1,000원까지 치솟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렸다. 23일 주가는 7만 9,900원으로 고점 대비 12% 하락했다. 개인이 주식을 쓸어 담던 당시 주가가 고점으로 ‘상투’를 잡은 탓에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개미들에게는 내년 역시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증권사들은 내년에 코스피가 2,800~3,40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내년 증시는 박스권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돼 갈피를 잡기 어려운 개인들이 조바심을 갖고 테마주를 따라다니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