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레터에서 처참한 에디터의 주식 실패담과 그 교훈을 공유(수익률 -40% 1, 2편은 지난 코주부 레터로 다시 보기)했었는데요. 명색이 재테크 레터인데 불안감만 조성한 것 같아서 이번엔 성공담도 풀어보려고 합니다. 2021년 12월 21일 현재 수익률 91%, 95%, 52%에 빛나는 성과! 그래봐야 투자 금액이 적어서 평가이익은 400만원이 좀 넘지만요.
지난 번 '망썰'에서 밝힌 평가손실을 감안하면 제 주식계좌의 전체 평가이익은 300만원에 못 미칩니다. 지난 번부터 주식 계좌를 탈탈 털어 공개하는 에디터의 진정성이 느껴지시나요...?
※읽기 전 주의 : 공격적인 투자성향인 구독자님들에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무엇에 투자했는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때는 2019년 말. 코로나19로 인한 전지구적 위기를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던 때였고, 제가 앞서 투자했던 A종목의 수익률은 이미 -40%에 육박한 상태였습니다. 왜 잘못된 투자였는지 몸서리치게 반성하면서 계획을 하나 세웠습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증시가 급락하면 큰 돈을 때려부어서 ETF를 매수해야겠다." 앞서의 레터에서 밝힌 대로 주식 몇 개를 골라 투자하는 방식이 최소한 저에게는 안 맞는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기 때문에 ETF로 방향성 투자를 하기로 한 겁니다.
기회는 생각보다 금방 왔습니다. 2020년 1월 23일, 중국 정부가 인구 1,100만명의 우한을 통째로 봉쇄했고 이후 코로나19는 전 대륙으로 퍼졌습니다. 2020년 2월 24일 미국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3.56%나 급락했고, 이후 최저점(3월 23일)까지 누적 35.9%나 빠졌습니다. 이 때다 싶었습니다.
지나고 보면 참 쉽게 들리지만, 증시에서 자금이 죽죽 빠지는 와중에 들어간다는 건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내가 택한 종목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 당시에는 가늠하기 어려우니까요. 다우 지수가 -30%대 빠지고 나면 반등하더라, 하는 과거 사례들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도 그 전례가 맞아떨어질지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혹시 재수없게도 이번이 사상 최초의 예외라면?
그런 면에서 ETF는 훨씬 안심하고 내 돈을 맡길 수 있는 금융상품입니다. 다우지수, S&P500 지수, 코스피 지수, 상해종합지수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어쨌거나 회복은 될 테니까 말입니다. 지구 멸망 수준의 위기가 아니라면요.
그래서 나름 과감하게 투자했습니다. 당시 제가 갖고 있던 거금 500만원(!!)을 말입니다. 너무 작다고요? 맞습니다. 저도 세게 투자하려면 천만원 단위는 되어야지, 라고 생각했지만 제 통장이 허락하지 않더군요. 마이너스 통장이라든가 주식담보대출 같은 방법도 있겠지만 새가슴이라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500만원으로 제가 고른 ETF는 KODEX 미국S&P선물(H), KINDEX 베트남VN30(합성), KODEX 차이나CSI300 등 3국의 대표지수 ETF입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가시면 증시가 분명히 다시 회복될 국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증시의 장기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국가로 골랐습니다. 애초부터 최소한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쭉 들고 있을 계획이었으니까요.
같은 지수의 레버리지 ETF로 투자하면 어떨까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투자했던 2020년 3월엔 팬데믹으로 인한 증시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웠고, 레버리지 ETF로 투자했다간 자칫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원하는 수익률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커 보였습니다(레버리지·인버스 ETF의 함정 다시 읽기). 새가슴 투자자가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 안전한 쪽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추락했던 증시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습니다. 덕분에 세 ETF의 수익률은 현재 S&P ETF가 91%, 베트남 ETF가 95%, 중국 ETF가 52%를 기록 중입니다. 아직 실현하지 않은 평가이익이고 언제 실현할지도 미정이긴 하지만요.
이 조그만 성공에서 제가 얻은 교훈은 이렇습니다. 첫번째는 새가슴이라도 급락기에는 ETF로 비교적 안전한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지구 멸망이 아닌 이상 급락한 증시는 언젠가 다시 오르기 마련입니다. 물론 1,800 후반~2,100 초반대를 감질나게 오갔던 2012년~2016년 사이의 코스피 지수처럼 박스권 장세가 길어질 수도 있지만 기다리는 투자자에게는 대체로 좋은 수익률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의 '주의' 문구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읽은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 분들이라면, 자금 일부는 이렇게 보수적으로 굴리시길 추천드려봅니다.
두번째는 투자용 자금을 좀 더 갖고 있을 걸, 입니다. 현금이라든가, 단기로 굴리는 자금처럼요. 수익률 90%면 엄청난 숫자인 줄 알았는데 투자원금이 약소하면 수익금도 큰 돈은 아니더군요. 다시 2020년 3월 같은 상황이 온다 해도 빌린 돈으로 투자할 용기는 없습니다만, 그 때 마침 500만원이 아니라 2,000만원이 있었다면(더 부자라면ㅠㅠ)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그런 돈은 없다는 게 문제지만요.
주워 들은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알고 지내는 자산운용사 전직 CEO께선 2000년대 초반 IT버블이 붕괴할 때 상당한 수익을 내셨다고 합니다. 제 기준 '상당한 수익'은 억 단위인데...그 분의 단위는 더 크더군요.
증시가 망가지고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할 때 돈을 번다는 데 거북함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렇게 번 돈으로 좋은 사업에 쓴다거나, 일부는 좋은 곳에 기부한다거나 한다면 정말 멋지겠죠?
저의 대단찮은 경험과 결론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구독자님들도, 쓸모없게 느껴지는 구독자님들도 계실 겁니다. 투자 성향이나 재무 현황, 목표 수익률과 투자 기간 등등이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니까요. 다만 혹시나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신다면, 비슷한 고민을 해 보셨거나 하게 되신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랄 따름입니다.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ETF가 뭔지,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기초 지식이 궁금한 구독자님들께는 이전 코주부 레터의 깔끔한 정리를 추천드려 봅니다. (▶ETF 기본부터 배우기 , ETF 3분 총정리(레터 두 번째 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