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청소하면서 주운 동전을 포함해 십수 년간 쌈짓돈을 털어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온정을 나눈 사연이 알려지며 연말 따스한 온기를 더하고 있다.
26일 월드비전에 따르면 강원도 춘천시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은 지난 2007년 길거리를 청소하며 주운 동전을 모아 기부했다. 특히 현금 사용이 줄어들어 거리에서 동전을 찾기 힘들어지자 아예 십시일반 돈을 갹출해 본격적인 정기 후원을 하면서 전달한 금액이 올해까지 총 8,590만 원에 이른다.
후원에 동참한 박훈주 씨는 “예전에는 미화원이 아닌 ‘청소부’로 불리는 등 열악한 조건이었지만 시민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근무 여건이 나아졌다”며 “우리도 뭘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것이 동전 기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50명 정도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춘천시 미화원 전체인 125명이 함께하고 있다”며 “후원하던 초등학생이 무사히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흐뭇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은 또 인천에 사는 이행자(75) 할머니도 폐지 줍는 생활을 하면서 매월 1만 원씩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할머니는 올 4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생활을 하게 되자 “정신이 왔다 갔다 해서 후원을 오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더 많이 못 해 미안하다. 힘이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월드비전 측에 전하기도 했다.
충북 제천 백운면의 한 마을에서는 요양보호사 최진숙(67) 씨와 시각·청각 장애인 유영애(83) 할머니가 함께 해외 아동들을 후원하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유 할머니에게 최 씨가 이런저런 바깥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던 중 우연히 후원을 시작했다는 말을 꺼냈고 이에 유 할머니가 자신도 돕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 최 씨는 “두부 한 모를 사는 것도 아까워 벌벌 떠시는 분이 선뜻 후원을 시작하겠다고 하니 제가 다 감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유 할머니는 “나도 몸이 성치 않아 주변 도움으로 살아가지만 진작 후원을 시작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며 “평소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어떻게 신청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