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發 플랫폼 규제 논란…내년 시험대 오른다

[2021 ICT 메가트렌드] <2> 끊이지 않는 빅테크 지배력 이슈
상생안 본격 추진하는 카카오
여·홍 C레벨 인사로 의지 피력
방향 정했지만 갈등 불씨 여전
네이버·쿠팡 등 겨냥한 온플법
대선 전후로 주요 어젠다 주목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올해 플랫폼 이슈로 그 어느 때 보다 시끄러운 한 해를 보냈다. 문어발 사업 확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비롯해 사업자 규제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추진 등 정치권 주도로 업계에 대한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되며 ‘플랫폼 국감’이란 말이 생겼을 정도다. 플랫폼 업계는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내년부터 본격화할 계획이어서 업계의 자정 노력과 정부·국회의 입법 활동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지난 10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들이 출석해 있다. 홍원식(왼쪽부터) 남양유업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배보찬 야놀자 대표,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권욱 기자

◇플랫폼 업계, 골목상권 침해·독점 논란=카카오(035720)는 중소상공인, 창작자와의 상생안 마련을 위해 분주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카카오는 올해 불러졌던 플랫폼 지배력 논란에서 중심에 섰던 곳이다. 카카오의 계열사는 100개가 넘는다. 택시·대리, 콘텐츠, 골프, 교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뿌리 뻗으며 무리한 사업 확대가 도마에 올랐다.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른 뒤 수수료 확대나 유료 서비스 출시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도 함께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는 기본 골격을 갖춘 상생안을 이미 밝혔다. 골목상권 논란 사업을 철수하고 혁신사업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 10년간 추구한 성장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카카오는 꽃·간식 배달 등 일부 사업에서 철수했고 기존에 계획했던 전화대리 업체 인수도 철회했다. 택시는 유료 택시 호출 서비스인 ‘스마트호출’을 폐지했고, 기사 대상 멤버십 상품의 가격을 절반으로 깎았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웹툰·웹소설 선투자 작품에 대한 이벤트캐시 정산분을 최소 5% 보장하는 등 작가 처우 개선을 위한 방안도 내놨다.


상생안을 구체화하고 실천하기 위한 인사도 단행했다.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는 가운데 여 대표를 한 차례 더 연임하기로 결정했다. 사회적 책임 이행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여 대표는 “카카오가 사회와 했던 약속들을 책임감 있게 잘 수행하겠다”고 연임 소감을 밝혔다. 또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사내독립기업(CIC) 대표는 부회장 역할로서 상생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홍 대표는 내년 1월부터 카카오커머스 CIC 대신 카카오 소셜임팩트를 이끌며 카카오의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할 예정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내년에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더미다. 우선 택시 업계는 콜 몰아주기 의혹과 유료 멤버십 폐지 등을 주장하며 계속해서 카카오에 날을 세우고 있다. 대리 업계 역시 카카오의 점유율 확대 제한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개인 기사들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내놓은 0%~20% 변동 수수료 정책과 관련해 경쟁사인 중소 대리 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정책에 대해 개인 기사들은 수수료가 낮아져 환영하는 반면 업체들은 카카오 수준에 맞추려면 남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던 헤어샵 사업 역시 당초 철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가 투자사들과 입점 업체들의 반발로 논의가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도 '온플법' 등 플랫폼 규제 ‘뜨거운 감자’=올해 불거졌던 플랫폼 관련 논란은 결국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처리에 불을 지폈다.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힘의 불균형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법안은 내년 플랫폼 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이 법은 부당한 손해전가, 구입강제 등 불공정거래행위와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온라인 쇼핑·배달·숙박 중개업을 운영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적용 대상이다.


플랫폼 회사들은 온플법이 국내 IT 산업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지만, 소상공인 단체 등은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 협의체인 디지털경제연합은 “온플법은 입법 취지와 동떨어진 규제 당국의 영역확장, 권한 나누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규제 도입 배경에는 억측과 주장만이 있을 뿐 소비자 후생 저하, 산업계 피해, 글로벌 경쟁력 변화 등 어느 것 하나 명확한 실태조사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대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는 온플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온플법은 규제 공백상태인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거래기준으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입점 중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규제 기관인 공정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는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이슈가 사회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워낙 큰 데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내년 2월 임시국회까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 전에는 표심을 잡기 위해, 대선 후에는 주요 국정 과제로서 플랫폼 규제 이슈가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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