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를 끌고 골목길 쓰레기봉투 수거를 도맡아온 70대 남성이 성탄절 전날 ‘만취운전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0년째 쓰레기 수거차가 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을 다니며 쓰레기를 실어나르던 이 할아버지는 이날도 청소를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28일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치사 혐의로 30대 덤프트럭 기사 A씨가 구속됐다. A씨는 지난 24일 오후 8시께 미추홀구 용현동 편도 3차로에서 만취 상태로 25t 덤프트럭을 몰다가 길가에 놓인 쓰레기를 옮기던 70대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청소업체 소속인 B씨는 매일 오후 7시가 되면 좁고 외진 골목길을 다니며 생활쓰레기 수거를 해왔다. 휴일을 앞둔 이날도 쓰레기가 한가득 쌓인 찬 손수레를 끌고 도로변 쓰레기를 수거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당시 사고현장 폐쇄회로TV(CCTV)에는 참담한 사고 현장이 고스란히 담겼다. 대형 화물차는 3차로에 세워둔 손수레를 향해 속도를 줄이지도 않고 쓰레기를 수거하던 B씨를 덮쳤다. 곧장 구급차가 출동했지만 B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근처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한 주민은 MBC에 “(B씨는) 10년 넘게 일한 성실한 분이었고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었다”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다 맞으면서 일하셨는데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도로 위 야간작업은 사고 위험이 높다 보니 환경미화원들은 쓰레기 수거차량 한 대 기준 3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 매뉴얼이 있다. 하지만 손수레 수거는 매뉴얼조차 없어 B씨는 혼자 일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조사하고 있다”며 “음주량과 구체적인 경위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