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NFT 등 신기술 내년 진검승부 예상…P2E 게임 규제 등 발목잡아 "선허용 후규제" 절실

[2021 ICT 메가트렌드] <4> 활짝 열린 기술혁명 시대
메타버스로 시작한 신사업 열풍
가상공간 내 경제활동으로 확대
NFT·P2E 등 돈버는 플랫폼 진화
신규투자·생태계 확장으로 치열
사행성 논란은 풀어야 할 숙제


올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뜨겁게 달군 신기술은 메타버스(Metaverse)와 대체불가토큰(NFT)으로 요약된다. 통신사, 인터넷기업, 게임사 등 너나 할 것 없이 앞다퉈 두 분야에 뛰어들어 새로운 서비스들을 선보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자리 잡은 비대면 문화는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 시장에 날개를 달았고, NFT는 가상자산 인기와 맞물려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확대로 이어졌다. 올해는 서비스를 출시하고 인프라를 다지는 시기였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되고 확장하면서 관련 시장에서 ‘진검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가상공간 놀이터부터 돈버는 게임까지=2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제페토’와 ‘아크버스’를 양 축으로 삼아 메타버스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2억5,000만 MZ(밀레니얼+Z)세대의 놀이터로 자리 잡은 제페토는 각종 공연, 패션, 게임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무기 삼아 빠르게 이용자를 늘려 가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사 슈퍼캣과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 저변을 넓히고 있다. 아크버스는 자율주행, 도시 인프라, 건물 유지·관리 등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첨단기술 집약체다. 메타버스의 한 종류인 ‘디지털트윈(현실을 쌍둥이처럼 구현한 가상세계)’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할 예정이다.





SK텔레콤(017670)의 핵심 메타버스 플랫폼은 지난 7월 출시된 ‘이프랜드’다. 지난 11월 말 기준 이용자 수 450만 명을 넘어섰다. 이프랜드 역시 K팝 스타들의 공연을 열거나 예술작품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해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SK텔레콤에서 분사해 투자전문회사로 출범한 SK스퀘어(402340)가 첫 투자처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3D 디지털휴먼 제작사인 온마인드를 낙점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온마인드는 메타버스 셀럽인 디지털휴먼 ‘수아(SUA)’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SK텔레콤은 온마인드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코빗과 함께 이프랜드 내 가상 재화를 NFT로 제작해 코인으로 바꾸는 P2E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음원 플랫폼 ‘플로(FLO)’,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 지식재산권(IP)을 NFT화하는 사업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035720)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NFT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라운드X, 크러스트(KRUST), 클레이튼 재단 등 블록체인 전문 계열사를 통해 자사 플랫폼인 ‘클레이튼’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NFT 마켓인 ‘오픈씨’에서는 1,600여 개의 클레이튼 기반 NFT가 거래되고 있다. 이달에는 그라운드X가 운영하는 NFT 거래 플랫폼 ‘클립 드롭스’가 정식 출시됐다. 카카오 게임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293490) 역시 게임 아이템, 아이돌 팬아트 등이 거래되는 NFT 거래소를 개발하고 있다. 위메이드(112040)는 ‘위믹스’ , 컴투스홀딩스(063080)는 ‘C2X’라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NFT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게임들이 블록체인 위에서 플레이되며 게임 내 재화와 토큰 간 거래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위메이드는 내년 위믹스 생태계에 100개가 넘는 게임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컴투스(078340)는 대표 IP ‘서머너즈워’ 기반 NFT 게임과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내년 중 선보인다. 엔씨소프트(036570), 넷마블(251270) 등 주요 게임사들도 NFT 게임 진출을 선언하며 본격 주도권 다툼을 예고했다.




◇사행성 논란에 국내 출시 걸림돌=문제는 새로 등장하는 기술과 생태계를 따라잡지 못하는 기존 규제들이다. 신기술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성장하려면 규제 이슈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상공간에서 돈을 버는 구조가 불법이 될 수 있다. 지난 달 출시된 모바일 RPG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는 게임 아이템을 코인으로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게임산업법 상 사행성 소지가 있어 등급분류취소 결정을 받은 것이다. 등급분류가 취소되면 구글, 애플 등 앱 마켓에서 퇴출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P2E 게임 붐이 이는 가운데 국내에만 출시되지 않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위메이드는 오는 31일 블록체인 게임 ‘갤럭시 토네이도 온 위믹스’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한국과 중국 등을 제외한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 174개국에서 서비스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P2E 게임을 무작정 막을 게 아니라 새로 등장한 기술에 맞게 낡은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 게임 출시가 안 된다 해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가상사설망(VPN)을 써서 해외 앱 마켓에 접근하는 루트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현 게임산업법은 실효성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 성장의 발목만 잡고 있는 것이다. 다만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는 만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우선 문을 열어두고 사후 실태조사를 통해 제도를 가다듬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당장 게임법 손질은 어려운 만큼 P2E 게임에 대한 선허용, 후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며 “일단 제도권 안에 들여야 지금처럼 ‘꼼수’로 앱마켓에 몰래 P2E 게임 출시하는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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