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뒤늦게 “원전이 환경에 유리”…이젠 탈원전 접어야

원자력발전이 기후변화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상식인데도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탈원전’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자성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은 초(超)저탄소 에너지원으로 환경 보전에 유리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제출했다. 한수원은 14쪽에 달하는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K택소노미) 검토 의견’에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원전을 배제한 탄소 중립 달성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총리도 27일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첨단 융복합 해체 기술 확보 등 선도적 기술 혁신을 통해 미래 원전 시장을 선점해나가겠다”며 탈원전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23일 원자력의날 행사에서 “한국 원전 업계는 후퇴를 한 적도, 중단을 한 적도 없고 잠깐 움츠렸을 뿐”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희망과 전진을 얘기할 때”라고 말했다. 원전의 불가피성을 뒤늦게 고백한 셈이다. 정 사장은 27일자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탄소 중립 시대에 원전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자기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동유럽 4개국 순방에서도 원전 협력을 거듭 강조했지만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탈원전 정책과 원전 해외 세일즈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원전 없는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유럽연합(EU) 등이 원전을 자국의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 등은 이미 원전을 녹색 활동으로 분류해 자국 업체들의 원전 비즈니스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만 K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한다면 그러잖아도 위축된 원전 산업의 퇴보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 정부는 자기 기만을 멈추고 탈원전 폐기를 분명히 선언해야 한다. 원전 기업들에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려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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