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왜곡 및 간첩미화 논란 등에 휩싸인 드라마 ‘설강화’가 되레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에 따르면 설강화는 디즈니플러스에서 지난 29일 기준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4개국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순위 2위에 사흘째 올랐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설강화는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각각 4위, 8위에 머물렀다.
설강화는 디즈니플러스가 지난달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택한 한국 드라마다.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대생 영로(지수 분)와 여대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수호(정해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제작 단계부터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이 일었던 이 드라마는 이달 18일 첫 회가 나간 이후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설강화 방영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35만 여명이 동의했다. 논란이 커지자 드라마 광고·협찬도 다수 중단됐다. 제작진과 방송사 JTBC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민원이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이 민원을 서울경찰청에 배당해 수사하도록 했다.
불똥은 디즈니플러스에도 튀었다. 고객센터에는 항의가 빗발쳤고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었다. 앞서 디즈니플러스는 주인공 지수가 속한 그룹 '블랙핑크'의 팬덤을 겨냥하며 작품 홍보에 주력한 바 있다.
이 같은 역풍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방영 강행을 택했다. JTBC는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대부분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또 토요일과 일요일에 각각 한 회씩 방영했지만 특별편성을 통해 정권을 이어가기 위한 남·북한 정부의 공작으로 수호가 남한에 오게 됐다는 내용과 함께 영로가 수호의 정체를 알아채고 배신감을 느끼는 모습이 담긴 5회를 앞당겨 공개하는 초강수도 뒀다.
그 결과 3~5회 시청률은 1, 2회 때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디즈니플러스에서 스트리밍 순위는 오히려 상승 반전한 것이다. '몰아치기 방영'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블랙핑크의 인기가 높은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동남아 시장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지수를 앞세운 디즈니플러스의 홍보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서울서부지법이 이날 설강화를 상대로 제기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방영 중단의 위기에서도 벗어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