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길준잉 램테크놀러지 회장 "국내 설비 확장 불허 대비한 해외 공장 플랜까지 마련"

길준잉 램테크놀러지 회장./사진 제공=램테크놀러지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플랜 C'까지 마련했습니다. 반도체 불화수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성공시키고 싶습니다."


최근 서울경제와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길준잉 램테크놀러지 회장의 불화수소 사업 확대 의지는 분명했다.


길 회장은 국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있지만, 시간이 지연되더라도 다양한 방안으로 램테크놀러지에게 다가오는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램테크놀러지는 국내에서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업체다. 불화수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동그란 웨이퍼에 묻은 각종 찌꺼기를 깨끗하게 제거하는 물질이다.


세계 반도체 불화수소 시장은 스텔라 케미파, 모리타 화학 등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불화수소 순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첨단 정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지난 2019년 일본 정부가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걸고 넘어지며 불화수소 수출 규제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일본 업체들에게 제때 이 화학 물질을 수급받지 못하면 반도체 공장 전체가 멈출 수 있는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일본 정부가 이용한 것이다.


램테크놀러지는 이 사태 이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자체 불화수소 기술을 내재화하면서 국내 대형 반도체 제조사에 납품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램테크놀러지 당진 신공장 조감도./사진제공=램테크놀러지

현재 램테크놀러지는 충남 금산군에서 월 800t가량 불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최근 회사는 불화수소 대체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충남 당진시에 월 생산량을 6배 이상 늘릴 수 있는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당진시 내 석문 국가산업단지에 7,000평 규모 팹 디자인도 끝낸 상황이다.


하지만 당진시의 공장 설립 불허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 입주 조건을 갖춘데다 화학물 누출을 원천 차단하는 등 안전성을 고려해 공장을 설계했지만, '주민 수용성'이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당진시에 퇴짜를 맞은 것이다.


공장 설립 불허 이후 회사는 지자체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기각이 됐고, 심판 재결서(裁決書)를 받아든 램테크놀러지는 최근 행정소송 접수를 완료했다.


회사의 당초 계획은 올해 팹 준공을 완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으면서 완공 계획을 2023년 6월까지 늘리는 방안을 공시했다.


길 회장은 당진 공장 설립을 위해 행정소송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생산 능력 확대 프로젝트가 더 늦어질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램테크놀러지의 신규 투자 계획. 당진 공장 확장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국내 신규 부지 및 다수 해외 지역을 검토해 2023년 내 공장을 준공하는 방안을 세우고 있다. /자료 제공=램테크놀러지

우선 그는 국내 투자 장벽이 낮고 공장 조기 완공을 할 수 있는 국내 전 지역을 신규 공장 부지로 검토하고 있다. 길 회장은 "국가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육성 기조 아래 새롭게 지정되는 신규 특화단지에 입주를 추진하는 등 국가 정책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랜 B' 마저 불가능할 경우, 신규 공장을 해외에 설립하는 방안인 ‘플랜 C’도 검토 중이다.


현재 램테크놀러지는 중국 쑤저우(소주) 공장에 반도체 박리액(스트리퍼)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공장을 활용하거나 쓰촨성에 있는 원료 공급 협력사의 유휴 부지 1만 평을 활용해 신규 공장을 짓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주요 국가 간 패권 다툼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불화수소 원재료를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중국 타지역 포함 복수 국가를 물색해 신규 공장 투자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길 회장은 "일부 중국 지자체에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안하며 공장 설립을 권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이 모든 계획을 병행 추진하면서 어떤 부지를 선정하든 공시한 2023년 6월 내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그는 향후 건립될 신규 공장에는 지난 10월 회사가 낸 불화수소 정제 특허 기술을 양산에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길 회장은 이 공정으로 불화수소 가스의 경우 5.5N(99.9995%), 액체 불화수소는 0.1ppt, 즉 12N~13N 사이 세계적 수준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특허 기술의 일부를 금산 공장에 적용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또 최근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 부족 현상을 겪었던 요소수 또한 공장 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국산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길 회장은 공장 확장 이슈 외에도 최근 회사의 특허 기술 관련 벌어진 '가짜' 보도자료 해프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회사와 전혀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협의 없이 배포한 사실과 다른 자료였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정보가 제한돼 있어 정정 공시 외에는 대응 방법이 없다"며 "향후에도 금융 당국의 조치에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 자료가 배포될 기간 즈음 있었던 고위 임원의 주식 매도 역시 회사 운영 방침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개인의 선택이었고, 인사 등을 통한 내부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길 회장은 최근 회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시적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회사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램테크놀러지 불화수소 생산 설비 확대 로드맵./사진 제공=램테크놀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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