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행동신경과학자인 주디스 그리셀 미국 벅넬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년 넘게 약에 절어 살았다. 열세 살에 처음 술을 마시고 “이브가 사과를 맛본 뒤 느꼈을 법한 기분”을 느낀 뒤로 대마, 코카인, 메스암페타민, LSD 등 각종 마약을 섭렵했다. 그 대가로 그가 얻은 것은 친구의 죽음, 연방 수배령, 퇴학, 각종 금단증상이었다.
‘중독에 빠진 뇌과학자’는 밑바닥을 본 후에야 독한 마음을 먹고 약물을 끊어낸 저자가 사람은 왜 한 번 중독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지 신경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중독을 ‘뇌가 사랑하는 최고의 미식’이라고 일컫는 그리셀은 자신의 생생한 경험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약물의 종류별 작용 기제가 인체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 설명한다.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법한 상세한 묘사가 눈에 띈다.
그는 중독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이며, 가까운 시일 내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치료에 참여하는 환자 중 상당 기간 약물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은 10% 미만이며, 전 세계적으로 15세 이상 인구 5명 당 1명 꼴로 중독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로 인해 매년 치료와 예방에 드는 비용은 에이즈 치료비의 5배, 암 치료비의 2배에 달한다. 저자는 사회적 지지와 다양한 대안을 제공할 때 중독자들이 죽음 대신 삶을 택할 것이라 말한다.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