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북 지원으론 역부족"…취약지대 中企 아우성

[처벌만능주의 중대재해법]
보건계획 등 기존 산안법규 예외
중대재해법 준비 애로사항 많아
"기술지원·산재예방 예산 확대를"

안경덕(왼쪽 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0월 서울의 한 재개발 사업 신축 공사장에서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 제공=고용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은 그동안 영세성을 고려해 엄격한 안전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새로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법 시행 시기가 오는 2024년 1월 27일로 2년간 유예된 배경에는 노동계의 요청이 있었다. 한국노총이 지난 14일 개최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 강화 토론회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은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규에서 상당히 제외된 상태였다”며 “중대재해법 16조 추가와 2년간 적용 유예가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중대재해법을 강하게 밀어붙인 노동계조차 중소기업의 준비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산안보건법규를 보면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14조), 안전보건관리책임자(15조), 안전보건관리규정(25조)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관리감독자·안전보건관리담당자는 사실상 직책만 부여된 현장 노동자이거나 지정되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에서는 해당 규정이 안전보건관리체계의 뼈대다. 안전사고는 주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산재 사망 사고율을 보면 5~49인이 45.6%(402명)로 가장 많았고 5인 미만이 35.4%(312명)로 뒤를 이었다. 특히 사망에 이르게 하는 재해는 추락·끼임 등 최소한 안전 조치만 갖추면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상당수다.


중소기업 사업장을 지원하는 방안 중 하나로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기술지원사업을 강화하는 방법이 꼽힌다. 하지만 도입 초기 지원 횟수가 사업장당 연간 24회였는데 현재는 3회로 크게 줄었다. 형식적인 방문이라 효과적인 안전 기술 확보가 불가능하다. 안전보건경영인증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인증만 받고 사업장에서 인증대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별도 지도나 점검이 없다. 정부가 산재보상보험기금에 의존한 산재 예방 예산을 보다 더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산재 예방에 투자하는 기금의 일반회계 예산은 100억 원대로 전체 예산의 0.2%에 불과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는 중대재해법 가이드북, 해설서, 업종별 자율점검표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지원이 충분한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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