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소비가 1.9% 감소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전 산업 생산은 3.2% 올라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하며 산업지표 간 방향이 서로 엇갈리는 모습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과 방역 조치 강화까지 겹치면서 연말 연초 경제주체들의 활동이 위축돼 경기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1.9% 하락해 지난해 7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달 일상 회복 조치를 통해 10월 소비지수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에 따른 기저 효과라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소매업태별로 보면 대형마트 판매가 전월 대비 10.4% 하락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슈퍼마켓·잡화점(-2.9%), 백화점(-1.5%) 등의 판매도 감소했다.
반면 전산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3.2% 오르며 지난해 6월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치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하면서 자동차 생산을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5.3% 늘었다. 공공행정(5.5%), 건설업(2.4%), 서비스업(2.0%) 모두 생산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난달 대체휴무일에 따른 조업 일수 감소 효과가 기저에 깔려 있는 만큼 완연한 회복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제조업 재고율은 지난달 115.2%를 기록해 전월(121.3%) 대비 6.1%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가동률도 75.1%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설비투자(10.9%)도 2014년 11월(12.0%) 이후 7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건설기성의 경우 토목공사 실적은 13.3% 줄었지만 건축 공사 실적이 8.1% 늘면서 전월 대비 2.4% 증가했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4포인트 내리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통계청 관계자는 “선행종합지수 하락이 경기 변곡점에 가까워짐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도 “상방·하방요인이 모두 있는 만큼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산업 관련 지표의 향방이 엇갈리면서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월 조업 일수 감소 기저 영향과 11월 방역 여건 개선 등 영향이 지표 개선을 이끈 것으로 보여진다”면서도 “코로나 확산세에 따른 방역 강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내수 영향이 우려되는 가운데 글로벌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공급망 차질·인플레이션 등 대외 리스크도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수출은 여전히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방역이 다시 강화되고 소비 심리도 하락 전환했다”며 “11월 수치가 워낙 좋아 조정 압력이 있을 수 있어 12월에는 조금 조정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소비가 활발한 연말 연초에 코로나19 재확산과 정부의 방역 조치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 속에 위드 코로나 조치 이전부터 소비가 늘어난 데다 조치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이 겹치면서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 연초의 경우 기업이 투자 계획을 세우고 개인·가계가 소비를 확대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위축되면 경기 전반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