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용자는 새해에도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서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을 신규로 이용하지 못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0월 시작했던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신규 판매 중단 조치를 내년에도 이어가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당초 연말까지로 밝힌 중단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고신용자 기준은 신용평가사(CB) 코리아크레딧뷰로(KCB) 820점(최고 점수 1,000점)을 초과하는 경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판매 재개 여부는 금융시장의 여건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가계 대출 총량 관리 계획을 준수하며 중·저신용 고객 대상 대출 확대에 최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중신용대출·중신용플러스대출·사잇돌대출·햇살론15는 올해와 동일하게 새해에도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3분기 기준 13.4%에 그치고 있는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내년 말까지 25%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카카오뱅크의 행보는 올해 10월 출범한 신생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와 다소 차이가 있다. 토스뱅크는 내년 1월 1일 오전 11시부터 최저 금리 연 3.32%, 최고 한도 2억 7,000만 원으로 신용대출을 재개하면서 “고객들을 신용 점수에 따라 편 가르지 않고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토스뱅크는 자체 신용평가 모형에 따라 고객을 맞춤형으로 분석해 ‘실질소득’을 기반으로 신규 대출 여력을 판단하는 것이 고신용자부터 중·저신용자까지 모두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자신감에는 토스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올 한 해 중·저신용자 비중을 잘 관리한 영향도 반영됐다. 토스뱅크는 올 3분기 말 28.2%인 중·저신용자 비중을 내년 말까지 42%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지난달 6일부터 고신용자의 마이너스통장 신규·증액 신청을 받지 않고 있는 케이뱅크도 이를 정상화한다.
카카오뱅크는 서민들의 주거 생활 안정을 위한 주택 관련 대출 비중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현재 판매 중인 전월세보증금대출에 이어 내년 1분기에는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계 대출로만 구성된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내년 중 개인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기업 대출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가 제2대 주주인 전업 개인사업자 CB인 데이터기반중금리시장혁신준비법인(가칭)이 지난주 금융 당국으로부터 예비허가를 획득하는 등 사전 정지 작업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한편 NH농협은행은 내년 1월 3일부터 전 지점에서 주담대 판매를 재개하되 변동금리의 기준 중 하나인 신(新)잔액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방식을 제외하기로 했다.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아 대출 수요가 몰리는 신잔액 코픽스 방식을 제외하면서 선제적으로 총량 관리를 하려는 것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올 상반기 가계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자 금융 당국의 지도를 받고 지난 8월 신규 주담대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달 들어 무주택자에게만 부분적으로 주담대 판매를 재개한 데 이어 내달부터는 유주택자에게도 빗장을 연다. 연간 단위로 설정되는 은행별 대출 총량 목표치가 새해 벽두인 다음 달부터 재설정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