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 현 정부 들어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차기 정부의 원자력발전 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총 사업비 8조 2,600억여 원을 들여 1.4GW급 한국 신형 원전(APR1400) 2기를 짓는 사업이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공사가 무기한 중단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3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해 “다시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국민의 의사와 객관적 검증을 거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원전의 폐쇄 여부에 대해서도 “만약 재생에너지 전환이 많이 늦어진다고 하면 불가피하게 원전 가동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열어놓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2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도 “국민 의견에 맞춰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충분히 재고해볼 수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한 국민 의견이 우선 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아예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방침을 못 박은 상태다. 윤 후보는 이달 29일 경북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현장을 방문해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원전을 탄소 중립 대응을 위한 핵심 발전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건설 계획이 확정된 신한울 3·4호기는 부지 매입과 공사 용역비 등으로 총 7,800억여 원이 투입됐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10월 공사가 중단됐다. 애초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2년과 2023년 차례로 준공돼야 했다. 정부는 올해 들어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대한 공사 계획 인가 기간을 2023년 12월까지 연장하며 건설 재개 결정권을 ‘차기 정부’에 넘긴 상황이다.
지역 여론은 ‘한시라도 빨리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진군이 한국원자력학회에 의뢰한 용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울진 지역에 연간 1조 1,198억 원의 경제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 동참자 수도 100만 명을 넘어섰다.
다만 차기 정부가 들어선 뒤 공사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실제 준공은 일러야 2029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건설 기간에만 7년가량 소요되는 데다 관련 송배전망 구축 작업을 위한 주민 동의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전 설비는 2024년 27.3GW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해 2034년에는 19.4GW 규모까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