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을 경우 오는 2050년 고탄소 산업의 부가가치가 크게 하락하며 관련 주가도 반 토막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고탄소 산업군의 신용 위험은 은행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최대 5.8%포인트 급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금융안정연구팀은 30일 ‘기후변화 이행 리스크와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향후 30년에 걸친 기후변화 대응이 우리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테스트는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2050년까지 각각 2도와 1.5도로 억제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각 산업이 받을 파장과 이에 따른 금융 부문의 영향을 분석하도록 설계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5도 시나리오에서 국내 은행이 보유한 석탄발전, 석유·화학 등 탄소 배출이 많은 고탄소 산업과 관련된 금융자산의 가치가 2040년부터 본격 하락하면서 2050년 BIS 비율은 규제 수준(10.5%)에 겨우 맞춘 10.7%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국내은행 BIS 비율(16.5%)보다 5.8%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특히 고탄소 산업 관련 금융자산 비율(20.6%)이 높은 특수은행의 경우 1.5도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BIS 비율이 규제 수준보다 낮은 7.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은 고탄소 기업이 탄소 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산 비용은 높아지고 수익은 줄어들면서 신용 위험 부담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탄소 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들 기업의 부도율은 1.5도 시나리오에서 연평균 0.63%포인트 올라 2050년에는 18.8%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탄소 산업의 주가도 연평균 1.7~1.8% 하락해 2050년에는 51.0~53.7% 하락할 것으로도 예상했다. 이들 산업의 부가가치는 2050년 최대 73.1%나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재윤 한은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탄소 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으면 금융 시스템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이라면서 “은행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활성화를 통해 이행 리스크에 취약한 자산 보유액을 줄여나가면 충격 규모를 상당 폭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