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20% 이상 급락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낸 홍콩 증시가 2021년 폐장일 급등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술주가 1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뛴 온기를 이어받아 반등 행진을 이어간 것이지만 추세 반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홍콩 증시의 우량 기업을 모은 홍콩H지수는 전일 대비 1.73% 상승한 8.236.35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텐센트홀딩스(3.02%), 알리바바그룹홀딩스(8.19%), 제이디닷컴(5.47%), 바이두(8.31%) 등 기술주가 일제히 폭등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새해를 앞두고 이날 홍콩 증시는 오전만 거래된 뒤 폐장했다.
홍콩은 2021년 글로벌 증시에서 최약체였다. 홍콩H지수는 2021년 들어서만 24.6% 급락했고 12월 한때 8,000선을 위협 받으면서 코로나19 발병 당시 저점을 밑돌았다. 인터넷 기업 비중이 높아 정부 규제의 악영향을 크게 입었고 여기에 헝다 등 부동산 기업의 부도 위기까지 덮치면서 홍콩 시장은 수렁에 빠졌다. 상하이종합지수가 전고점과의 격차를 2% 안쪽으로 줄이면서 4분기 체력을 회복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전일 미국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주가가 솟아오르면서 홍콩 증시가 호조세로 한 해를 매듭지었다. 30일(현지 시간)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기업 주가를 반영하는 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는 9.4% 급등 마감해 지난 2008년 이후 일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텐센트뮤직과 니오의 주식예탁증서(ADR)가 각각 12.74%, 14.76% 폭등해 상승을 견인했고 알리바바(9.72%)·디디추싱(5.87%) 등도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급등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은 가운데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사들이는 행위)’이 영향을 줬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알리바바그룹홀딩스 ADR의 총 발행 주식의 4.1%가 공매도 차지라면서 공매도 포지션 청산 수요가 주가에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다만 조철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쇼트커버링 유입이 이날 홍콩 증시에 영향을 줬을 수 있지만 전부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과거 30년간 중국 증시는 90% 확률로 상승 마감했으며 뚜렷한 반등 모멘텀은 감지가 되지 않아 추세적 상승세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