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교육이 만사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통상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희망퇴직이 크게 증가한다. 정권 교체기라서 정권 눈치를 덜 보기 때문인 듯하다.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눈치 보느라 지연됐던 구조 조정을 서두르다 보니 희망퇴직자가 크게 늘어난다. 언론의 인사란은 새로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거나 승진한 임원의 이름으로 빼곡하지만 정작 더 많은 사람이 조용히 직장을 떠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60세에 도달한 직장인의 정년퇴직이 크게 늘고 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인원의 상당수는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면서 몇 년에 걸쳐 서서히 퇴사한다. 올해 기준 55세에서 60세에 해당(1962~1966년생)하는 약 400만 명과 그의 가족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자영업·비정규직으로 더 일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실제 인원은 적겠지만 동년배로서 마음은 비슷할 것이다.


이렇게 비자발적 은퇴에 떠밀린 세대에게 익숙한 기술은 대부분 아날로그 기술이다. 하지만 기업은 디지털 기술을 숙지한 종업원을 원한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차는 약 2만 4,000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약 1만 9,000개면 된다고 한다. 더군다나 완전히 다른 부품이다. 개인의 능력과 일자리 사이에 넘기 어려운 간극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고령화, 디지털 전환, 저성장이 섞여서 대규모 은퇴 쓰나미가 벌어지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제 은퇴 쓰나미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구조적 환경 전환과 적응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장기 대책 없이 은퇴자를 양산하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교육 과정에 이공계 등 신기술 교육을 늘리고, 평생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형식적으로 시늉만 해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역량은 30대 이후 급속히 하락해서 55~65세에는 최하위권이 된다고 한다. 평생·직업교육 투자 비중은 전체 교육비 대비 현재 2%도 안 된다. 많은 직장인이 기술 변화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교육으로 선진국이 됐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기술의 대전환기에 새로운 교육에 투자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가의 미래까지 암울해진다.


국가는 평생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육 혁신과 투자에 나서야 한다. 기업은 인위적인 구조 조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종업원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더불어 비자발적으로 은퇴한 중장년층은 또 다른 인생을 만들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교육을 배워야 한다.


평생 학습 분위기가 조성되는 세상은 어떨까. 직장인들은 사회생활을 더 오래 해서 노후 준비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복지 비용이 줄고 연기금 재정 고갈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취업보다 창업을 선호하고, 궁극적으로는 실력으로 평가 받는 공정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늘 그렇지만 인사가 만사다. 그러나 지금 인사의 중심에는 교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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