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의 강력한 대출 옥죄기로 시중은행 5곳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이 5.8%를 기록했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제시한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가이드라인인 5~6%를 간신히 맞춘 셈이다.
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은행 5곳의 1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9조 529억 원으로 1년 전인 670조 1,539억 원보다 38조 8,990억 원(5.8%) 늘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전년 말 대비 5~6%대로 제시했다. 시중은행 5곳의 가계대출 잔액 추이만 살펴보면 증가율이 가이드라인에 근접했다.
다만 금융 당국이 실수요자 등을 고려해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한 점을 고려하면 증가율은 3% 안팎까지 떨어졌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대출 증가율은 5.08%지만 4분기 신규 전세대출을 제외할 경우 3.64%로 하락한다. 신한은행은 7.39%에서 4.46%까지 떨어졌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96%에서 2.87%, 6.44%에서 3.33%로 증가율이 낮아졌다.
당국이 올해는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4%대로 낮추는 방향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는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했지만 전세대출이 늘면 다시 포함시키겠다는 의지를 당국이 보인 만큼 올해도 대출 관리는 더욱 타이트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 영향으로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 꼽힌 신용대출의 12월 말 기준 잔액은 139조 5,572억 원으로 1년 전인 133조 6,482억 원보다 4.42% 늘었다. 다만 최근 2개월 추이를 살펴보면 10월(140조 8,279억 원) 11월(141조 1,338억 원)과 비교해 잔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밖에도 은행들의 예금 잔액 규모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로 인상하면서 은행들도 수신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이에 업계에서는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이 시중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시중은행 5곳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 추이는 654조 9,359억 원으로 11월(654조 9,437억 원)과 큰 차이가 없다. 시중은행 5곳 중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예금 잔액 규모만 늘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증시가 조정되면서 은행으로 자금이 일부 모이기는 했지만 2금융권과 비교하면 금리가 아직 눈에 띄게 높지 않다 보니 은행별로 증가율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