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은 전 세계 벤처캐피털(VC) 등 글로벌 자본시장이 한국을 주목한 해다. 코로나19로 급성장한 비대면 서비스를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이끌어간 쿠팡이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을 인정받은 비상장사) 기업을 넘어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또 한 차례의 미래 도약 가능성을 예고한 데 이어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컬리(마켓컬리), 야놀자 등이 데카콘(기업 가치 10조 원 이상을 평가받은 비상장사)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VC 투자 규모 역시 급증했다. 글로벌 시장 플레이어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스타트업과 유니콘·데카콘 기업이 속속 등장하자 K스타트업의 ‘초고속 압축 성장’에 대한 비결과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2’에 ‘넥스트 유니콘·데카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대거 참석해 기대감이 높다. 한국에 대해 성장 엔진이 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았던 경제학자들도 K스타트업을 주목하는 상황이다.
3일 CES에 따르면 전체 참가 기업은 2,200여 곳이며 이 가운데 미국이 1,300곳으로 1위, 한국은 500곳으로 2위를 차지했다. 프랑스는 247곳으로 3위, 중국은 159개로 4위, 대만은 137개 사로 5위다. CES 한국 참가 기업 수는 대·중견·중소기업의 경우 2017년 118개에서 올해 210개 사로 77%나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스타트업은 28개 사에서 292개 사로 약 10배가 증가했다. 독립 부스를 비롯해 스타트업 참가는 주최 측의 엄격한 혁신 기술 등 심사를 통과해야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K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CES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은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고 있는 K스타트업·벤처기업의 초고속 성장 비결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은 936개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478개로 전체의 51%를 차지해 1위에 올랐고 중국은 169개로 18%를 차지해 2위다. 3위는 유니콘 50개를 보유한 인도였으며 11개를 보유한 한국은 싱가포르와 함께 공동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최초로 벤처 투자 5조 원 시대도 열었다. 한국이 유니콘 보유국 10위를 차지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K스타트업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해 기술보증기금·창원진흥원 등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라는 게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는 청년 창업 등에 파격적인 지원책을 쏟아냈다”며 “자본시장의 초기 투자는 진입 장벽이 높지만 정부의 직·간접 지원 프로그램은 ‘꿈에 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음껏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CES에는 중기부가 선정한 아기 유니콘(기업 가치 1,000억 원 미만), 예비 유니콘(기업 가치 1,000억 원 이상~1조 원 미만) 등이 대거 참여한다. 수퍼톤·클라리파이·아워랩·바즈바이오메딕·어썸레이 등은 중기부가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해 기보와 함께 특례 보증을 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외에도 비트센싱 등은 아기 유니콘으로 선정됐으며 스카이랩스는 중기부 민간 주도형 기술 창업 지원 사업인 팁스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이다.
중기부는 앞으로도 혁신 벤처·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모태펀드가 약 1조 원 출자해 2조 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추가 조성하고 스톡옵션 활성화와 벤처·스타트업 아카데미(1,200여 명)의 정식 출범을 통해 우수 인재 유입과 장기 재직을 유도할 예정이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코로나19의 엄습에도 우리 경제가 지난해 연간 수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이러한 힘은 바로 K스타트업으로 대표되는 창업 벤처기업들의 실력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올해 투자 확대는 말할 것도 없고 복수의결권 도입 등 제도 개선과 규제 혁파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이어 “선진국을 추격하던 힘이 이제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성장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어진 일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연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