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로 올라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정책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올해 상반기 안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국제 유가 상승에다 환율마저 오르면 물가 불안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만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원 오른 1,191원 80전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190원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12월 22일(1,192원)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을 앞두고 달러화 강세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나 미중 갈등 등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현재 95 안팎인 달러 인덱스가 97을 넘으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최근 3%를 넘고 있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은 국제 유가보다 국내 소비자물가나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인플레이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물가 상승률을 2.3%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 대응과 함께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이주열 총재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예고에도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경우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3분기 금리 인상 기조에도 환율 급등이 나타나자 외환당국은 71억 4,200만 달러를 순매도하면서 시장 개입 강도를 높였다. 이는 한은이 시장 안정화 조치 내역을 공개한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순매도량으로 코로나19 충격에 환율이 요동쳤던 지난해 1분기(58억 5,100만 달러)보다 매도 규모가 크다. 총매도액에서 총매수액을 제외한 순거래액만 공개하기 때문에 실제 매수와 매도 물량은 알 수 없지만 환율이 지난해 7월 초 1,130원에서 9월 말 1,184원으로 급등하는 과정에서 외환 당국이 매도 개입 규모를 크게 늘렸다는 분석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환율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1분기 중 금리를 한 차례 올려 통화정책의 여지를 확보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