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선대위 전면 개편’ 선언 이후 구체적인 후속 대응을 놓고 김 위원장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간 대치 상황이 길어지고 있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의 일방적인 행보에 “쿠데타”라고 불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올 정도로 윤 후보 측 반발이 심상찮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으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퇴 요구까지 거세지고 있어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절정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자신을 선대위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그런 질문은 미안하지만, 안 하시는 게 좋을 거야”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도 “김 위원장이 선대위를 개편한다고 해놓고 물러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한 언론 매체는 김 위원장이 윤 후보와 논의 없이 선대위 쇄신을 공론한 데 대해 격노하며 김 위원장을 선대위에서 배제하기로 결심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아직은 후보가 자기 나름대로 최종 결정을 안 한 모양이니까 기다려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나보다 우리 후보가 더 답답할 것이다. 후보가 이른 시일 내에 결정한다고 했으니까 오늘내일 사이에 하여튼 결말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와 계속 소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아는 것만큼은 알고 있으니까 염려 마시라”라고 답했다.
전날 김 위원장은 자신을 제외한 ‘선대위 전면 개편’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6개 총괄본부장 사퇴 등을 포함한 사실상 해체 수준이다. 한 윤 후보 측 인사는 “김종인과 이준석에게 기습공격을 당했다”고 당혹스러워 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소식을 듣고 이후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윤 후보는 현재 당사에도 출근하지 않은 채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칩거하며 선대위 개편 방안을 숙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으로는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두 달 만에 곤두박질쳤는데 그 원인인 선대위 내홍의 중심에 있던 이 대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사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공식적인 경로로 공식적으로 말씀하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제가 답하겠다”고 맞받았다. 아직 공식적으로 자신에게 사퇴를 요구한 의원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제 거취는 변함없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오히려 윤 후보의 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의 거취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는 선대위 총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권성동 사무총장도 사퇴했느나”라고 물었고, 이날도 ‘권성동 총장은 필요에 따라 사퇴할 수 있다고 한다’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게 뭐냐. 그건 입장 표명도 아니고 그게 뭔가”라고 꼬집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이른바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라며 “본인이 당을 지킨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자진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