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 TV 신제품을 대거 선보인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와 NEO QLED TV를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응해 LG전자는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CES에서 최고 지존을 놓고 삼성과 진검 승부를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압도적인 화질을 구현하는 올레드 TV를 내세워 차세대 TV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형세 LG전자 HE 사업본부장은 4일 콘퍼런스콜 형식의 기자 간담회를 열고 “차원이 다른 화질과 디자인을 앞세워 다른 TV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새로운 감동을 고객에 전달하고 차세대 TV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CES 개막에 맞춰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올레드 TV의 전략을 소개한 것이다.
그는 “LG전자가 축적해온 올레드 리더십은 올 들어 10년 차에 접어들었으며 프리미엄 시장에서 올레드 TV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글로벌 TV시장에서 올레드 생태계가 확장될 수 있도록 ‘올레드 명가(名家)’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올레드 TV를 상용화한 LG전자는 현재 전 세계 올레드 TV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의 90% 이상은 여전히 액정표시장치(LCD) TV의 몫이지만 별도의 광원 없이 화면 스스로 빛을 내는 올레드 TV 시장은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LG전자가 이번 CES에 올레드 TV를 총집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본부장은 올해 글로벌 TV 전체 시장의 23%(매출액 기준)를 확보할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올레드 TV 라인업을 촘촘하게 짰다. 세계 최소·최대 사이즈 제품은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시청 시간이 길어진 소비자를 위한 신기능도 추가했다. 벽 하나를 가득 채우는 크기의 초대형 화면을 자랑하는 97형(대각선 길이 약 246㎝) 제품은 뛰어난 화질로 몰입감 넘치는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책상에 올려두고 사용하기 적합한 42형(대각선 길이 106㎝) 제품도 함께 선보였다. 이 제품은 기존 48형 올레드 TV와 함께 세컨드 TV나 게이밍 TV 수요를 적극 공략한다. 이로써 LG전자는 97·88·83·77·65·55·48·42형에 이르는 업계 최다 라인업을 앞세워 TV가 필요한 모든 공간에서 올레드 TV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LG전자가 CES에 출품하는 주력 제품도 한 단계 진보했다. 지난해 첫 출시한 ‘올레드 에보’는 기존보다 밝기와 화질이 더 개선됐다. 발광 효율이 뛰어난 차세대 올레드 패널을 사용하는 올레드 에보는 신제품에 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SoC·시스템온칩) ‘알파9’을 적용해 기존보다 선명한 화질을 표현한다. 지난해 1개 시리즈 3개 모델에서 2개 시리즈 11개 모델로 에보 라인업도 대폭 늘렸다. 또 복합 섬유 구조를 활용한 신소재를 적용한 일부 모델(65형)은 동일 크기의 지난해 제품보다 무게가 45%나 줄어들어 친환경적인 요소도 충족했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이 같은 판단을 반영해 올해 올레드 TV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성장한 800만 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40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미 1,500달러 이상 고가 TV 시장에서는 올레드가 프리미엄 LCD 모델을 제쳤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TV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오랜 고민을 끝내고 올레드 TV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관련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 2022에서 퀀텀닷(QD)-OLED TV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QD-OLED TV는 나노 크기의 반도체 결정 물질인 ‘퀀텀닷’을 접목한 올레드TV다.
LG전자는 경쟁사들이 올레드 TV 시장에 뛰어들더라도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1위를 지켜낸다는 입장이다. 박 본부장은 삼성전자의 진출 가능성과 그에 따른 전략 변화에 대한 질문에 “경쟁사의 진입에 대해 공식화된 이야기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동안 올레드 명가로 9년 동안 올레드 TV의 장점에 대해 꾸준히 알렸기 때문에 경쟁사가 추가로 시장에 진입한다고 해도 올레드 TV에 대한 우위 마케팅 전략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 본부장은 대신 “삼성전자의 참여는 시장과 생태계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