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총 3조弗' 터치…"팀 쿡의 '신사업 마법' 통했다"

글로벌 강타한 공급망 위기 뚫고
재택근무 확산에 아이폰·맥북 불티
韓 GDP보다 많고 삼전 시총의 8배
무디스, 美와 같은 '트리플A' 부여
"신사업 장밋빛 주가 210弗 찍을것"
반독점 견제·핵심인재 이탈은 숙제

애플이 세계 최초로 장중 시가총액 3조 달러(약 3,581조 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재택 근무 확산 등으로 수혜를 봤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안정적으로 구축하면서 투자자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자율주행차 ‘애플카’와 메타버스 관련 기기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애플의 공격적 투자 행보가 이어져 주가는 21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다만 핵심 인재 이탈과 글로벌 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 리스크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장중 애플 주가는 182.86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시총 3조 4억 100만 달러를 찍었다. 애플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세계 최초로 장중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2020년 8월 시총 2조 달러를 넘어선 지 16개월 만이다. 3조 달러 시총은 기록적인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2021년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예상치와 비교하면 세계 9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의 GDP 2조 2,700억 달러보다 많다. 우리나라 GDP(1조 9,100억 달러)보다는 약 1.6배 웃돌고, 3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시총(약 4,000억 달러)의 8배가량이다.


애플의 이런 성장세는 코로나19 대유행이 호재로 작용한 덕이다. 각국이 경기 부양과 저금리를 기조로 시중 유동성을 풀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애플에 자금이 몰렸다. 2020년 8월 액면분할 이후 120~130달러 선을 횡보하던 애플 주가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길어지면서 유동성 파티 속에 지난해 약 35% 올랐다. 재택 근무가 확산하면서 아이폰과 맥북·아이패드 등 홈오피스 관련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특히 애플의 전자 기기는 각 제품의 호환성이 높아 사용자의 브랜드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애플은 이에 힘입어 지난해 전 제품군에 걸쳐 고른 성장세를 보였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애플은 공급망 위기도 집중 투자 전략으로 극복하며 경영 안정을 꾀했다. 지난해 애플은 고객 수요가 큰 아이폰13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비주력 제품의 부품을 아이폰13에 몰아주는 정책을 과감하게 시행해 생산 차질 우려를 불식시켰다.


안정적 성장으로 국제 신용 등급이 향상된 점도 투자 유인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애플의 신용 등급을 ‘AAA’로 상향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신용 등급과 같으며 우리나라 정부(AA2)보다는 두 단계이나 높은 수준이다.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최고경영자(CEO) 팀 쿡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11년 쿡이 애플을 이끌기 시작할 당시 3,000억 달러에 불과했던 애플 시총은 11년 만에 2조 7,000억 달러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쿡이 중국의 규제와 정치적 위협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거듭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현재 애플의 예상 목표 주가는 최대 210달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45명 중 35명이 ‘매수’ 의견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들은 메타버스·전기차와 같이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 개발 소문에 환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추진 중인 AR과 가상현실(VR)에 기반한 헤드셋, 애플카와 같은 자율주행차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이면 애플 주가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 규제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30% 정책과 인앱결제 금지 등은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과 한국·네덜란드·유럽에 이어 인도도 애플 규제에 가세했다. 이날 WSJ는 인도 당국이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유럽연합(EU)도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경쟁을 침해했다는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주장에 따라 애플을 반독점 혐의로 제소했다.


최근 메타 등 경쟁사로 핵심 엔지니어가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애플의 고민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신사업 차기 주도권을 두고 기업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쿡 CEO는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최대 18만 달러에 달하는 자사주 보너스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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