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14> “토지·자원 비교우위 약해져” 토로한 中… 외국인 투자 늘리겠다며 규제는 확대

■모순 커지는 외자 유치 정책

지난해 11월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에 참가한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부스. 중국 시장을 노리는 외국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중국은 ‘2021년 외국인투자 진입 특별관리조치(네거티브 리스트)’를 수정하면서 올해 1월부터 승용차 제조 부분에서 외국인 투자 지분제한을 완전히 폐지하기로 했다. 즉 외국 자본이 100%로 중국에 승용차 회사를 세우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 1994년 자동차 산업 정책을 제정해 완성차 제조 기업에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상당한 기간이 흐른 2018년 친환경차 지분 제한을 폐지했고 2020년 상용차 지분 제한도 풀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승용차 지분제한까지 없앤 것이다.


중국은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범위를 점차 줄이는 추세다. 이는 외국인 투자 확대와 함께 중국 내 산업수준까지 감안한 것이다. 자동차 지분 제한을 푼 것은 그만큼 중국 토종 자동차 기업의 경쟁력이 커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중국 내 주요 합작기업의 자동차 판매량은 78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지만, 중국 토종 브랜드 판매량은 83만 대로 2% 증가했다.


‘네거티브 리스트’는 지난 2017년 93개 업종에서 지난해 33개, 올해는 31개로 축소됐다. 여전히 희토류 등 전략 물자 생산, 영화 제작 및 배급 등 문화 분야, 통신망 등이 네거티브 리스트에 남아있지만 범위가 축소된 만큼 외국인 투자의 진입 장벽이 제도적으로는 줄어들었다고 여겨진다.


이와 함께 중국은 외국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의 ‘외국인 투자법’을 2020년 1월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중국 정부 관리들도 외국인 투자자들에 구애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15일 화상으로 ‘글로벌 최고경영자 위원회(Global CEO Council) 회의’에 참석해 “외국인 투자 촉진 및 서비스 체계를 완비해 중국을 강한 매력을 지난 장기적인 투자처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커창 총리가 지난해 12월 15일 화상으로 ‘글로벌 최고경영자 위원회(Global CEO Council)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다만 중국의 외국인투자 구애도 자국 정책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지는 않는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초중고 의무교육 과정에서의 사교육을 금지했다. 동시에 외국인이 중국 사교육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는 물론 중국 사교육 기업이 경쟁력이 낮아서가 아니다.


사교육 금지는 중국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출산 등 양육 비용을 낮추고 학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고가의 사교육이 가정의 부담을 늘린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교육 기업에 대한 이러저러한 규제를 만들다가 이들에 대한 돈줄을 끊겠다는 목적으로 외국인의 사교육 투자까지 막은 것이다. 오락가락 중국의 외국인투자 유치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다.


‘가변이익실체(Variable Interest Entities·VIE)’ 구조를 규제하면서 중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국내 기업의 해외 증권 발행 및 상장 관리에 관한 국무원 규정’을 통해 “VIE 구조 기업이 해외 상장을 위해서는 증감위에 등록한 후 규정을 충족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중국은 자국 인터넷 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를 회피하기 위해 알리바바 등 중국 테크기업은 해외 조세회피지에 VIE를 만들어 해외 증시에 상장해왔다. 사실상 편법이지만 지금까지 중국 당국도 묵인해 왔는데 앞으로는 이것도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이버 3법이라고 불리는 사이버보안법(2017년 시행), 데이터보안법(지난해 9월 시행), 개인정보보호법(지난해 11월 시행)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홍색 규제’로 불리는 중국의 최근 빅테크·사교육·엔터 등 산업 규제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와 목표에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서 그 아래의 리커창 총리 등의 외자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를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중국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 모습. 테슬라는 중국에서 100% 지분으로 자동차 회사를 세운 첫 외자기업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는 규모 자체로는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경제규모에 비해서는 정체된 상태여서 중국 당국에 고민이 되고 있다.


UNCTAD(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의 세계투자보고서(World Investment Report 2021)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337억 달러였던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2018년 1,383억 달러, 2019년에는 1,412억 달러, 2020년에는 1,493억 달러로 늘어났다.


다만 당해연도 총자본형성(GCF)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2.8%에서 2018년 2.3%로 하락한 이후 2020년에도 2.3%에 머물렀다. 중국의 자본투자에서 FDI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이 비율은 세계 평균이 4.5%, 미국은 3.4%였다.


또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FDI 순유입 규모는 2000년대 들어 2005년에 4.55%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2016년 1.56%에서 2019년 1.31%를 추락했다가 지난해 1.43%으로 다소 만회를 했다.


다만 2020년 이후는 특수한 경우라고도 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그나마 경제성장이 진행되는 중국으로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중국은 2020년 주요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2.2%) 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는 2021년으로 이어졌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FDI는 1,57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9%나 늘어났다. 중국 경제가 지난해 8% 내외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면서 이에 편승한 외국인 투자까지 증가한 것이다.


물론 추세가 안정적이지는 않다. 지난 하반기부터 중국의 경기둔화세가 분명해지고 여기에 금리까지 내려가면서 중국의 매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올해 여러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이지만 경기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은 거꾸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다른 국가들의 금리 차이 확대는 글로벌 금융자본이 중국을 목적지로 선택하는 것을 망설이게 할 수 있는 주요한 요인이다.




중국의 불안은 상무부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제14차 5개년 외자이용 발전 계획’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계획’에서 14·5계획 기간(2021~2025년)에 ‘실제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 액수’로 7,000억 달러(은행·증권·보험 등 분야 제외)를 기대했다. 이는 앞서 5년인 13·5계획 기간의 6,989억 달러에 비해 겨우 0.2% 늘어난 것이다. 앞서 13·5계획 기간은 12·5 계획 기간보다 10.4%나 증가했다.


‘14·5 외자이용 발전 계획’이 지적한 어려움은 광범위하고 구조적이다. ‘계획’은 “국내적인 측면에서 토지와 자원 등 요소의 수요공급 관계가 갈수록 빠듯해지고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전통적인 비교우위가 약해지고 있다”면서 또 “국제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등 국제환경이 날로 복잡해지고 불안정·불확정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국가 간의 투자가 어렵고 경제의 세계화도 거꾸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외자 환경을 개선하며 개방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상황이 최근 중국의 잇단 개방확대 선언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는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향후 5년간 다소 보수적인 성장 목표를 제시했다”며 “우량한 외국인 투자에 대해서 투자 조건을 완화할 것이라면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엄격한 조사를 경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디폴트를 선언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자자오예의 베이징 본사 전경. /AFP연합뉴스

중국에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으로는 FDI 외에 주식과 채권 매입도 있다. 중국 경제성장에 따라 이런 자금도 지난해 크게 늘었다. 지난해 홍콩을 거쳐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로 순유입된 주식매수 자금인 이른바 ‘북향자금’은 4,321억6,900만 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2,089억 위안)의 두 배에 달하는 액수다. 중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에 따라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북향자금은 올해 들어서도 1~5일 35억600만 위안이 다시 순유입됐다.


그렇다고 해외 투자자의 기대대로 수익이 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전체적으로 빅테크 규제와 코로나19 방역이 시장을 짓누르면서 증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나마 연말 들어 경기부양에 나서 투자심리를 회복시킨 것이 그나만 선방한 정도다.


결과적으로 상하이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 기준으로 지난 한해 수익률은 4.8%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기대치(8%)에 한참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상하이지수는 올 들어서 5일까지 누적으로 오히려 1.23%가 하락한 상태다.


채권 부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역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보유액은 2조7,000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에만 167억 달러가 늘어났다.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는 생각에 매수세가 여전한 셈이다. 국채 보유액은 4,000억 달러로 총 중국 국채 가운데 외국인의 비중은 11% 규모다.


지난해 9월부터 부동산 개발업체의 잇단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따라 중국 채권의 위험성이 가시화된 상태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외화 채권 보유액 1위가 헝다(영어명 에버그란데)로 192억 달러, 2위인 자자오예(영어명 카이사)가 109억 달러 규모다. 현재 두 회사 모두 사실상 디폴트 상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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