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근거해 처음으로 실시한 금융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에서 금융사 평가 등급이 줄줄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및 증권 전산 장애 등으로 인한 민원이 늘어난 데다가 소비자 보호 전담 조직 및 소비자 보호 체계 구축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탓이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의 2021년도 금융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 결과를 6일 공개했다. 이번 실태 평가는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카드·여전·증권· 저축은행 등의 총 26개 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금융 소비자 보호 실태 평가는 각 금융사의 내부 통제 체계 운영 실태를 종합적으로 살펴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취약’ 5개 등급을 부여한다.
이번 평가에서 종합 등급이 ‘우수’인 금융사는 한 곳도 없었다. ‘양호’ 이상 등급을 받은 회사는 국민은행·삼성증권·현대카드 등 3개 사로 2020년 평가 결과에 비해 7개 사가 줄었다. 같은 기간 ‘보통’ 등급은 9개 사가 늘었고 ‘미흡’ 등급은 1개 사 감소했다.
평가 항목별로 보면 계량 항목과 비계량 항목 모두에서 양호 이상의 등급을 받은 회사 수가 감소했다. 특히 민원을 사전 예방하는 노력 부문에서 2020년 평가 결과 17개 사가 양호 이상을 받았으나 지난해에는 12개 사로 줄었다. 소비자 보호 관련 전담 조직은 12개 사에서 5개 사, 상품 판매는 10개 사에서 6개 사로 대폭 감소했다. 업권 전반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대한 사후 관리가 미흡하고 최고내부통제책임자(CCO)의 판매 담당 임직원 평가 체계가 미흡하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업권에서는 전체 5개 사 중 1개 사(양호)를 제외하고 모두 보통 등급을 받았다. 사모펀드 관련 민원이 증가하면서 민원 사전 예방 부문의 평가 등급은 하락했지만 민원 처리 노력, 소송 항목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생보업권에서는 6개 생보사 중 보통이 4개 사, 미흡이 2개 사를 차지했다. 미흡을 받은 보험사는 DGB생명·KDB생명이다. 종신보험에서 민원이 증가하고 소비자 보호 전담 조직, 상품 개발, 판매 관련 소비자 보호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보업권에서는 4개 사 모두 보통 등급을 받았다. 다만 농협손보·삼성화재·KB손보는 전년도 양호 등급에서 1등급씩 하락했다.
카드·여전업권에서는 양호 1개 사, 보통 2개 사, 미흡 1개 사로 집계됐다. 올해 처음 평가를 받은 현대캐피탈은 미흡 등급을 받았다. 증권업권에서는 양호 1개 사, 보통 3개 사,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모두 보통 등급을 받았다.
금감원은 이 같은 실태 평가를 바탕으로 미흡을 받은 금융회사에 개선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미흡을 받은 금융회사는 평가 주기와 관계없이 올해에도 실태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