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인생 낭비다. 인생엔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백 만 가지가 있다.’
축구 명장 알렉스 퍼거슨이 2011년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기자회견 도중 남긴 이 말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셜미디어(SNS)의 무익함을 강조하는 명언으로 종종 인용된다. 애초 소속 선수인 웨인 루니에게 팬과 트위터 설전을 벌이지 말 것을 충고하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현재는 일반인들에게 과도한 SNS 라이프의 폐해를 강조하는 충고로 자주 언급된다.
SNS가 처음부터 일그러진 공간이었던 것은 아니다. SNS는 고립과 고독 속에 살던 이들에게 외부와의 연결 고리가 돼 주었고, 장기 독재에 시달리던 지역에서는 민주적 해방을 이끄는 횃불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본의 먹잇감이자 자본 창출의 도구가 된 이후 SNS는 왜곡된 정보 생산·유통, 민주주의 파괴 등의 막대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SNS는 오늘을 사는 인류의 정신 건강을 위협한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즐기고, 나누고, 심지어 돈까지 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나만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빠지게 하고, 결국에는 스트레스와 불안, 질투와 우울에 시달리게 만든다. SNS는 어느새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불안) 증후군 확산의 광장이 돼 버렸다.
FOMO는 미국의 벤처투자가이자 작가인 패트릭 J. 맥기니스가 하버드경영대학원 재학 시절 학생 신문 기고 글에 처음 사용했던 용어다. 이후 2013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됐고, 3년 후 메리엄 웨스터 대사전에도 포함됐다.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에도 종종 등장했다. FOMO가 누구나 납득하는 대중의 고통으로 인정된 셈이다.
맥기니스는 이제 한발 더 나아간다. SNS의 영향력이 더 커지면서 달라진 세상에서 문제 되는 것은 FOMO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FOMO 뿐 아니라 FOBO(Fear OF Better Options·더 나은 선택에 대한 불안), FODA(Fear Of Doing Anything·아무 것도 못하게 되는 불안) 증후군까지 등장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단순히 정신 건강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경력과 사업을 망치고, 중요한 사적·공적 인간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마저 무너뜨리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맥기니스의 저서 ‘포모 사피엔스’는 FOMO가 혼자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독자들의 불안감을 낮춘다. 그리고 두려움과 불안의 근원을 짚는다. 오늘날 FOMO가 확산한 것은 기업들의 교모한 마케팅 전략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FOMO의 진화 버전인 FOBO는 SNS의 확산에 지나친 풍요가 결합되면서 나타난 문제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오늘날 아마존에서 신발끈 하나를 구입하려고 해도 2,000개가 넘는 상품이 뜨고, 스타벅스에서 갖가지 조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음료의 종류는 8만 개에 이른다. 이런 ‘선택의 풍요’는 다른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하고, 최종 결정까지 더 오랜 시간을 허비하게 한다. 그리고 막상 결정을 내린 후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또 다른 불안감에 시달리게 한다.
때로는 그 불안감이 아무 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FODA로 이어진다. FOBO나 FODA는 기업이나 국가도 괴롭힌다. 예를 들어 아우디는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1세대 전기 콘셉트카를 선보였음에도 오늘날 이 분야에서 선두에 서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신중하게 접근한 나머지 중요한 결단을 빨리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끝없는 비교와 결정 지연이 가져온 비극이라고 저자는 지목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저자는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FOMO, FOBO, FODA 모두 결국 선택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겪게 되는 만큼 결단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의 대응이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 빠르게 결정하고 나머지는 얼른 놓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고, 감정이 아닌 사실에 의지하며, 정보는 다양한 정보원을 통해 수집하라고 제안한다. 또한 하위 선택지는 체계적으로 빨리 제거하고, 정보를 눈으로만 보지 말고, 적는 습관이 유용하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일단 결정을 내렸으면 나머지는 얼른 놓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오늘날 ‘놓친다’는 것은 기회 상실이 아니라 큰 용기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