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월세시장…'보증금 1억원=월세 30만원' 관행 깨지나

전세대출 막히며 월세시장 요동
전세 보다 수억 비싼 월세 속출
서울12월 월세지수 6년래 최고
1억원당 월세 35만원에도 내놔
전월세 전환율 4.2% 달하기도


서울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월세 가격이 크게 오르며 전세 호가를 수억 원 이상 훌쩍 뛰어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임대인의 보유세 부담 증가와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월세 시장이 요동치는 분위기다. 금리 인상과 맞물려 ‘보증금 1억 원=월세 30만 원(전월세 전환율 3.6%)’으로 관행화된 서울 아파트의 월세 전환 기준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입주가 마무리되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해링턴플레이스의 전용 59㎡는 입주 가능한 전세 호가가 최저 5억 5,000만 원에서 최고 9억 원에 형성돼 있다. 반면 월세의 최저 호가는 보증금 2억 5,000만 원에 월세 110만 원인 물건으로, 전세 보증금으로 환산하면 6억 1,667만 원이다. 월세는 보증금과 월세의 조합이 다양해 호가 구간이 넓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같은 단지 같은 평형대의 입주 가능한 매물의 가격이 더 비싼 것이다. 서울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 역시 전세의 최저 호가가 13억 원인 반면 월세 최저 호가는 보증금 12억 원에 월세 120만 원으로 전세 보증금으로 환산하면 16억 원으로 최저 전세가보다 3억 원 더 높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세 대출이 막히면서 월세보다 전세가 더 싸더라도 임차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여기에 주택담보대출도 어려워지면서 어느 정도 목돈이 있는 임차인들은 갭투자로 집을 마련하고 본인은 월세로 사는 식의 투자 수요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월세 수요가 자의, 타의로 늘어나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 대비 월세 가격이 더 높아지는 현상이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이 오르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포구 염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상 보증금 1억 원을 30만 원으로 계산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보증금 1억 원당 월세 35만 원으로 내놓는 경우도 나온다”고 전했다. 보증금 1억 원당 월세 35만 원은 전월세 전환율 4.2%로 1억 원당 30만 원일 때에 비해 0.6%포인트 높아지는 것이다.


전월세 전환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전세 가격보다 월세 보증금이나 월세 가격이 더 상승한다는 의미다. 김균표 KB부동산 수석차장은 “그동안 전세 가격이 월세보다 더 많이 오르면서 서울 지역 전월세 전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최근 감소세가 둔화되는 과도기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월세 비율이 많이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월세 보증금 등이 높아지면 전월세 전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KB부동산 기준 전월세 전환율은 2020년 5월(4.01%) 이후 1년 7개월간 하락하다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연속 3.13%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멈췄다.


금리 인상도 월세 가격 상승 요인이다. 김진성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임대인들이 전세를 놓을 때는 보증금에 해당하는 이자 수익과 월세 수익과의 갭을 고려하기 때문에 전월세 전환율은 통상 시중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며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전월세 전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