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환경장벽 속속 등장…수출코리아 생존 비법은 '수소 초격차'

[2022 성장엔진을 다시 켜라-과학기술 대혁신]
<3>기후변화 위기…주목받는 탄소중립 기술
EU, 철강·비료 등 5개분야 대상
내년 탄소국경세 시범사업 돌입
한국 추가비용 年 3,000억 달해
수소환원제철·CCUS 확보 필요
해상풍력 확대·태양광 고도화 등
신재생에너지서도 강점 살려야


#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탄소국경세 시범 사업에 돌입한다. 대상은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다. EU는 역외에서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한국 역시 철강·알루미늄·시멘트 제조업의 연간 수출량과 연계해 추산했을 때 연간 2,847억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탄소 중립을 일각에서는 선진국 주도의 ‘환경 장벽’으로 본다. EU의 탄소국경세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 징벌적 세금을 물려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안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네덜란드와 독일, 멕시코에 이어 수출의존도 4위 국가다. 그렇다면 유럽과 미국의 환경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한발 빨리 탄소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도체처럼 우리가 ‘기술 초격차’를 확보한다면 탄소 중립이 오히려 산업 부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탄소 중립을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와 연관 있는 탄소 중립 기술 확보에 나서야 한다. 대표 사례가 수소다. 수소는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화석연료와 비교해도 효율이 높은 편이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자원 빈국인 한국 입장에서는 수소가 석유를 대체했을 때 중동에서 수입하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어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된다. 한국의 강점도 분명하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998년부터 수소연료전지 연구에 나서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 전기차 ‘투싼ix’를 내놓았고 수소 전기차 넥쏘를 앞세워 현재 세계 수소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 말 국내에 보급된 수소 전기차는 2만여 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모든 산업의 토대로 불리는 철강 산업의 탄소 중립을 위해서도 수소가 필수다. 수소환원제철을 상용화하지 못할 경우 오는 2050 탄소 중립 달성은 사실상 요원하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의 주요 원료인 산화철에서 산소를 떼내는 환원재로 수소를 활용하는 제철 공정이다. 지금은 산소를 떼내기 위해 석탄을 원료로 한 코크스를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하지만 수소를 활용하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나오게 되고 탄소 배출량은 0에 수렴한다.


다만 개발까지 갈 길은 멀다. 수소환원은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계속해 에너지를 들여 고로를 가열해야 한다. 현재 스웨덴의 사브가 수소환원제철을 활용한 시제품을 내놓았는데 연산 8,000톤 규모에 불과하다. 포스코도 2040년 기존 고로 대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 보급과 함께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늘면서 이 또한 탄소 중립의 핵심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데다 일본이 과감한 기술 개발 투자에 나선 만큼 우리도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가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채워넣은 배터리다. 현재 전기차에 사용 중인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화재·폭발의 위험이 적다. 또 외부 충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및 분리막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전지의 고용량화·소형화·형태 다변화 등이 쉽다. 나트륨 배터리 또한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미래 배터리 기술로 꼽힌다. 리튬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는 만큼 원자재 확보가 쉬운 나트륨으로 리튬을 대체하는 해당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전기차 보급도 한층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산업이 발달한 한국의 특성상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CCUS)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CCUS는 대기 중이나 배출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골라 모은 뒤 이를 산업적으로 활용하거나 안전하게 장기간 저장하는 기술이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산화탄소 처리 비용이 낮아지고 탄소 배출권 가격이 높아지는 장기적 추세를 감안하면 2030년대 중반에는 충분한 사업성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CCUS를 활용해 블루수소도 생산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인더스트리아크에 따르면 글로벌 CCS 시장 규모는 2026년 25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국내 산업에 상당한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산업에 전력을 공급하는 신재생 또한 단순히 보급을 늘리는 단계를 벗어나 우리가 강점인 분야를 특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설업과 조선업이 발달한 한국의 특성을 살려 해상풍력을 늘리고 앞서 나가는 화학산업을 활용해 태양광 셀과 모듈의 고도화를 진행하는 방식이 해법으로 제기된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단순히 산을 깎아 태양광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것은 탄소 중립으로 볼 수 없다”며 “기술 개발로 원전처럼 해외에 수출까지 할 수 있어야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진정한 탄소 중립”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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