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의회 폭동 사태 1주년을 맞은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폭도들의 만행을 방치하고, 조장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난입사태 현장인 워싱턴DC 미 의사당 스테튜어리 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직 대통령(former president)'이라고 호칭하며 “백악관에 앉아 모든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며 경찰이 공격당하고 생명을 위협받고 의회가 포위돼도 몇 시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1·6 폭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11월 3일 대선 패배에 불복한 가운데, 트럼프 지지층 수천 명이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 회의를 하던 의회로 쳐들어가 난동을 부리며 의사당을 유린한 사건을 말한다.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당시 폭동으로 4명이 사망하고, 150명 이상의 경찰관이 부상을 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전직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 대해 거짓 이야기를 만들고 퍼뜨렸다”면서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원칙보다 권력을 중시하고, 자신이 이익이 미국의 이익보다 중요하며, 상처받은 자존심이 우리 민주주의나 헌법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그는 단순한 전직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완전하고 자유로우며 공정한 선거에서 700만표 이상의 차이로 패배한 전직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이 싸움을 원하지 않았지만,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라며 “저는 나라를 지키고 그 누구도 민주주의의 목전에 칼날을 들이미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바이든 대통령의 맹공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가만있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곧바로 성명을 내고 “이런 정치극은 바이든이 완전히, 전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분야에서 제정신이 아닌 정책을 썼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우리나라는 더는 국경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를 완전히, 전적으로 잃었고 에너지도 자립적이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은 걷잡을 수 없고 군은 혼란에 빠졌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혹은 항복은 아마도 미국 역사상 가장 민망한 날”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당초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