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 입성을 앞두고 오는 11~1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을 100조 원 이상으로 평가하면서 공모가가 희망 범위 상당인 30만 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11∼12일 국내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18∼19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신청을 받아 이달 2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상장에서 4,250만 주를 공모하며 공모가 희망 밴드는 25만 7,000∼30만 원이다.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산출한 공모 예정 금액은 12조 7,000억 원, 예상 시가총액은 70조 원이다. 상장과 동시에 유가증권시장 시총 3위 내 진입이 예상된다.
증권 업계에서는 희망 범위 상단에서 공모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동주관사 7곳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적정 시총을 112조 원으로,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등은 100조 원으로 산정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비교대상 기업인 중국 CATL은 작년 기준 EV(시장가치)/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80배 수준인데, LG에너지솔루션은 시총을 100조원으로 산정하더라도 이 값이 43배 수준"이라면서 "금리 인상 리스크를 고려하더라도 공모가 대비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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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공모 규모에 따라 증시 자금도 출렁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출 규제 영향을 반영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 증거금은 30조 원을 넘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1분기 중 조기 편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MSCI 지수는 상장 직후 시총 6조 원, 유통 시총 3조 원 이상이면 조기 편입되며 FTSE 지수 조기 편입도 비슷한 기준에서 결정된다.
이에 따라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외 ETF의 리밸런싱 및 2차전지 ETF 등의 자산 재조정(리밸런싱)이 예상된다. 이 경우 1조∼1조 5,000억 원의 패시브 자금이 유입된다. 또 주가 상승을 예상한 액티브 펀드의 수요도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손주섭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유동비율은 9% 전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여 낮은 유동비율에서 오는 과소물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달 공모 청약을 진행하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외에도 7곳이 더 있다. 제일 먼저 자동차용품업체 오토앤이 5∼6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11∼12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은 6∼7일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12∼13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동물용 의약품 회사인 애드바이오텍도 6∼7일 기관 수요예측 이후 13∼14일 일반 청약을 앞두고 있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와 이지트로닉스는 20∼21일, 아셈스와 나래나노텍은 24∼25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이외 연중 대형주들의 상장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우선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달 25∼26일 기관 수요예측, 내달 3∼4일 일반 청약을 거쳐 2월 중 상장할 예정이다. 이후 현대오일뱅크, SSG닷컴, 컬리, 원스토어, SK쉴더스, CJ올리브영 등 기업들도 조 단위 자금 조달을 계획 중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대형 IPO 딜의 부활로 작년 말 부진했던 IPO 시장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 인상 등 이슈가 예정된 만큼 단순 기대심리보다 기업 가치평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