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명절’에 고가 선물이 인기를 끌면서 백화점들이 프리미엄 선물 세트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주요 백화점들은 300만원짜리 초고가 한우 세트부터 십만 원이 훌쩍 넘는 과일 세트도 대표 상품으로 밀고 있다. 특히 방문 대신 고가 선물로 마음을 전하려는 수요가 한층 늘어난 가운데 선물 가능 금액이 2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는 김영란법 개정안이 이번 설부터 시행되는 점도 명절 선물 고급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
9일 롯데백화점은 올해 300만원 초고가 세트를 비롯해 약 1,000여종의 정육 선물 세트를 총 20만 개 준비했다. 이중 ‘롯데 L-No.9 프레스티지 세트'(8.4kg)는 판매가가 300만 원으로 최고가다. 1++ 등급 중 최상위 등급인 넘버나인(No.9) 한우의 특수 부위로 구성됐다. 또 꽃등심, 안심, 살치살 등의 고급 로스부위로 구성된 200만 원짜리 ‘롯데 L-No.9 명품 세트'(6.5kg)도 내놨다. 각각 100 세트 한정 수량으로 판매된다.
롯데는 울릉칡소(4.2kg, 98만원), 제주 흑한우(3.6kg, 92만원) 등 100만원 대에 육박하는 희귀품종 한우 세트도 내놨다. 이 같은 초고가 라인부터 10만원 대 알뜰 세트까지 롯데가 준비한 정육세트는 총 20만 세트에 달한다.
현대백화점도 프리미엄 라인을 한층 강화한 설 선물세트를 오는 14일부터 전국 점포와 온라인몰에서 판매한다. 최고급 한우로 구성된 250만원과 200만원짜리 초고가 상품부터 20~80만원 대 화식한우 세트 등을 판매한다.
과일 역시 고급 선물 세트가 주력이다. 현대백화점은 사과·배뿐만 아니라 샤인머스캣, 망고 등 고급 과일로 혼합 구성된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늘렸다. 대표 상품이 13만~18만 원대로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14일부터 본판매에 나서는 신세계백화점은 선물 물량을 지난해보다 25% 늘린 54만여 세트 준비했다. 신세계도 프리미엄 한우·굴비 등의 상품량을 전년보다 20% 늘렸다. 직경매 한우 선물세트의 대표 상품의 가격은 각각 36만원과 50만원이다.
백화점들이 이 같이 고가의 선물 세트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비대면 명절이 3년째 이어지면서 귀성이나 방문보다는 고가 상품으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강하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추석 기간 170만원 짜리 프리미엄 한우 세트 100개가 초기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또 1인당 명절 선물 금액이 지난해 전년대비 25% 이상 증가하는 등 단가가 높은 선물에 대한 수요가 숫자로 확인됐다.
특히 농축수산물 선물 가능 한도가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개정안이 올해 설부터 적용되는 점도 고급화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올해 설에는 방역지침 강화에 따라 4인 이상 외식이 불가능해지면서 고급 밀키트나 RMR(레스토랑 간편식) 선물도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유명 맛집·특급호텔과 협업한 선물세트 물량을 전년보다 2배 이상 확보했다.
도상우 롯데백화점 축산 치프바이어(선임상품기획자)는 “이번 설 명절에도 한우 등 정육세트를 선물하기 위해 벌써부터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준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도 “고객수요가 많은 친환경, 프리미엄 선물 세트를 20% 늘려 준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