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간위탁 사회복지시설의 투명화를 기대하며

이정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불법행위 근절할 제도적 기반 있지만
지자체장 논공행상 도구로 전락 우려
실제 이용자 위한 운영에 집중한다면
각종 특혜 및 불공정 문제 사라질 것

이정희 권익위 부위원장

“장애인 복지시설 수탁자 선정에 기관 관계자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해도 문제가 없는 건가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없는 구의원 부인이 노인복지관에 채용됐어요. 특혜 아닌가요?”


이는 실제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시설 민간 위탁 운영과 관련해 언론에 보도되거나 국민신문고에 민원으로 제기된 내용이다. 노인복지관·장애인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은 국가와 지자체가 국민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일선 기관이다. 지자체는 양질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 전문 기관인 사회복지법인에 시설 운영을 위탁한다. 실제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지자체는 7,040개의 사회복지시설 중 90%에 해당하는 6,307개 소를 약 3조 원의 예산을 들여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민간 위탁은 수준 높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경쟁을 통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위 사례와 같은 불법적이고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민간 위탁의 취지가 무색해질 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확인한 민간 위탁 사회복지시설 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명확성과 불공정성이었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수탁 기관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는 해당 기관 관계자의 참여를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도 없이 운영됐고, 외부 위원 자격 요건과 비율이 불명확했다. 심지어 선정 기준과 심의위원회 결과도 공개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으며 관행적으로 특정 법인이 장기간 시설을 수탁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채용 기준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특정인을 뽑는 ‘깜깜이’ 채용 사례도 있었다.


이에 국민권익위는 위탁법인 선정 과정에서의 불공정을 해소하고 각종 특혜를 감시하기 위해 심사위원회의 외부 위원 자격 기준과 참여 비율을 개선하고,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위·수탁 심사 기준과 심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관행적인 장기간 계약을 개선하기 위해 재계약 횟수를 제한했으며 시설장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채용 공고 시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을 포함한 2개 이상의 사이트에 공개하도록 했다. 이외에도 시설 위탁 법인의 반복적인 회계 부정이나 불법행위 등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사회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 대한 관련 법인·시설에의 재취업 제한도 강화했다.


국민권익위의 제도 개선으로 지자체의 민간 위탁 사회복지시설의 각종 특혜와 불공정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 회복과 제도 개선 효과를 위해 몇 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사회복지시설을 위탁하는 지자체장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장들은 사회복지시설을 논공행상의 도구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복지시설은 헌법 제34조가 규정하는 국가의 사회복지증진 의무를 구현하는 수단이다. 둘째,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도 시설을 법인의 소유물로 보거나 운영에서 영리를 취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법인 설립의 초심으로 돌아가 시설 운영, 종사자 채용, 복지 서비스 제공 등 전반적인 시설 운영에 있어 스스로 잘못된 점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주민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강조하고 싶다. 사회복지시설의 실질적 주인은 이를 이용하는 주민들임을 명심하고 실제 이용자들을 위한 운영에 집중한다면 위탁 운영을 둘러싼 각종 특혜 및 불공정 문제는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 지자체 민간 위탁 사회복지시설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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