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쏘아 올린 '멸공 시리즈'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여권은 중국에 비판적인 이대남을 겨냥한 구태 행위라며 야당과 정 부회장을 한목소리로 비판한 반면, 야권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적극 옹호하는 모습이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신세계 이마트에서 장을 본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멸치’와 ‘콩’을 해시태그로 추가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멸공”을 주장하며 정치적 메시지를 낸 것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대착오적인 메시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나경원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SNS에 관련 메시지를 올리며 멸공 인증 릴레이를 이어갔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김진태 전 의원, 김연주 부대변인도 이에 가세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윤석열 후보가 이수 이마트에서 '달걀 파 멸치 콩'(달파멸콩)를 샀던 장소에서 자신도 '달파멸콩'한 것에 대해 "정용진 부회장이 '멸공'을 올렸다가 인스타그램에서 삭제 당했다(이후 복구)라는 기사를 봤다"며 "표현의 자유 부분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봐 동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이러한 행태를 성토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사는 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 "모 유통업체 대표(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철없는 멸공 놀이를 말려도 시원찮은 판에 따라 하는 것은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종인 (위원장) 체제에서 중도의 길을 걷는 듯하더니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대놓고 '일베 놀이'를 즐기면서 극우 보수의 품으로 돌아간 듯하다"며 "윤 후보표 선대위 대전략이 고작 구시대적 색깔론이냐"고 반문했다.
김용민 최고위원도 "멸공은 공산주의자를 다 없어지게 한다는 뜻으로, 반공과 차원이 다르다"며 "여수는 여순항쟁에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아픈 역사가 있다. 국민통합은커녕 아픈 역사를 건드리며 장난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경원 전 의원, 대기업 오너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언론은 홍보를 자청한다. 색깔론으로 재미를 본 기득권 카르텔의 극우동맹"이라고 평가했다.
논란을 일으킨 정용진 부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권에서 쏟아졌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취재원이라는 삼성가 전 임원의 말을 전하며 "(정 부회장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라이벌 의식 때문에 좀 과속을 하는 것 같다"며 "강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을 구속, 처벌해 준 윤석열에게 정서적인 공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그분(취재원)이 분석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