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학부 시스템 개혁…한국판 '다이슨 대학'으로 맞춤인재 육성을"

[2022 성장엔진을 다시 켜라-과학기술 대혁신]
<4>산업 전략 고도화…인재가 답이다
■ 이우일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장 인터뷰
대학, 공급자 마인드부터 벗고
융합·토론 교육으로 전환 필요
기업은 급변하는 분야 교육 투자





“과학기술이 워낙 빨리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기업이 대학의 인재 양성에 적극 투자해 윈윈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은 1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여전히 공급자 마인드로 학문을 구분하고 있어 과학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융·복합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학 교육 협력이 중요하고, 영국의 ‘다이슨대학’처럼 기업이 주도하는 대학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기업들은 국내의 글로벌 인재를 외국에 뺏기는 경우도 많아 고민이 크다”며 “대학과 기업이 교육에서 협력해야 인재 경쟁력도 높아지고 기업도 인재를 잘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학교 교육이 무조건 산업의 변화만 따르는 것도 위험 요소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대학은 공통으로 필요한 지식에 초점을 맞추고, 기업들은 급변하는 분야의 교육에 적극 참여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초·중·고와 대학 교육의 파괴적 혁신이 시급하다”며 “초연결·인공지능(AI) 시대에도 심하게 얘기하면 아직도 100여 년 된 교육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대학은 전공·학과의 경직된 벽을 허물어야 하고 초·중·고는 대학입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구시대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대학 학부에서 학문을 구분해 주입식 교육을 하는 오래된 관행이 큰 문제”라며 “이제는 융합하고 토론하는 교육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쪽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 서울대에서조차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게 씁쓸한 현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주입식 교육에 찌든 학생들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해 오는 2026년께부터 1학년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학과를 구분하지 않고 교육을 하다가 2학년 때 학과를 택하도록 하는 곳들도 있지만 소수 대학에 그친다. 그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재의 칸막이 시스템으로는 혁신이 어렵다”고 했다.


이 회장은 초·중·고 교육과 관련, “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학·과학·프로그래밍 교육이 필요하지만 시수도 적고 이해하기 쉬운 내용만 교과 과정에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들에 대한 체계적인 재교육과 함께 외부 전문가들을 교사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산업 정책과 연구개발(R&D) 정책에 대해서도 여야 대선 주자들과 차기 정권에 대혁신 의지를 주문했다.


그는 “과학기술의 연구 성과가 산업화로 이어져야 혁신이 지속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R&D와 산업화의 연결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연구자가 기술이전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규제를 혁파하는 한편 연구자가 직접 창업한 뒤 기술을 성숙시키는 것도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모험적 R&D를 시도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R&D 성공률과 같은 지표에 얽매이면 안 된다”고 단언했다. R&D에 실패하더라도 성실하게 연구했다면 연관 기술 개발이나 인력 양성 등의 효과가 클 것이라는 얘기다.


과학기술,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산업 전략 고도화 전략도 밝혔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보여주기 식에 그치면 오히려 산업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며 “디지털 전환을 왜 하는지 그 결과와 이점을 잘 파악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국가적으로 핵심 기술의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보유할 기술과 외부에 의존할 기술에 관해 난이도와 안정성 등을 종합 평가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국민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는 게 궁극적으로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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